개정안 ‘공정경쟁 조성·대기업집단 경제력 남용 근절’ 초점
재계 “코로나서 경영 부담 가중” vs “중소기업 공정경쟁 기반 만들어야”

9월 정기국회에서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 근절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이 처리될지 주목받는다. 정부와 시민사회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공정경제 활성화를 위해 처리가 필요하단 반면 재계는 코로나19서 경영 부담이 가중된다며 반발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상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공정경제’ 3개 법안을 의결했다. 지난달 31일 국회에 3개 법안을 제출했다. 지난 1일 시작한 9월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들을 처리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법안들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제출됐지만 재계와 미래통합당의 반대로 폐기됐다. 21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176석을 위임 받아 공정경제 3법 처리 가능성이 높다.

이에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대기업집단과 총수일가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을 국회에 호소하고 있다.

공정경제 3법 가운데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대기업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막고 중소기업 경쟁 기반을 지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 차단 강화도 담았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우선 일감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규제 대상 총수일가 지분 기준(상장 30%, 비상장 20%)을 20%로 일원화했다. 이들이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이 경우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규제 기준보다 살짝 낮춰 규정을 회피하는 ‘사익편취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대기업집단들은 지분율을 낮추거나 일감 몰아주기를 그만둬야 한다.

올해 일감 몰아주기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회사가 늘었다. 공정위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0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주식 소유 현황’에 따르면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계열사(388개)는 전년보다 12개 늘었다.

특히 총수일가가 평균 3.6%의 적은 계열사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해 그룹 전체를 지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총수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에 대해 특수관계인 합산 15% 한도 내에서 의결권 행사를 허용했다. 다만 계열사 임원 선임과 해임, 정관 변경 시 의결권 사용은 허용했다.

그러나 올해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해와 비교해 공익법인이 출자한 계열사(124개→128개), 해외계열사가 출자한 국내계열사(47개→51개), 금융・보험사가 출자한 비금융 계열사(41개→53개) 모두 늘었다. 공정위는 우회출자를 활용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우려가 커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2012년 12월 삼성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룹지배구조 개선 방안 검토’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이른바 '프로젝트G'라는 명칭으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문건에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을 순환출자 해소에 동원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당시 이 의원은 “문건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합병, 제일모직의 분할 및 합병 그리고 공익목적의 재단을 순환출자 해소에 동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실행에 옮김으로써 이 문건이 단순히 검토만 한 게 아니고 실행에 옮긴 실행 계획이었다”며 “공익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해야한다.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제한하고 소수주주의 동의를 구하는 ‘상장회사법’이 국회를 통과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공익법인 의결권 15% 허용으로는 총수의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막기 어렵다. 총수일가가 입맛에 맞는 경영진을 선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문건에 대해 지난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25일 정무위 회의에서 공개한 '그룹지배구조 개선 방안 검토' 문건. 2012년 12월 삼성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 / 자료=이용우 의원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25일 정무위 회의에서 공개한 '그룹지배구조 개선 방안 검토(프로젝트G)' 문건. / 자료=이용우 의원실

금융·보험사가 가진 상장 계열사 주식도 특수관계인 합산 15% 내에서 의결권 행사를 허용했다. 특히 적대적 인수합병(M&A) 방어와 무관하고 불합리한 합병 비율 찬성 등 사익편취 악용 우려가 있는 계열사 간 합병은 의결권 허용 사유에서 제외했다. 2016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삼성 소속 금융보험사가 회사와 주주에 불리하지만 대주주 일가에 유리한 합병비율에 찬성해 논란이 된 사례를 앞으로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개정안은 공익법인과 마찬가지로 금융·보험사에 대해서도 임원 선임과 해임, 정관 변경 시 특수관계인 합산 15% 한도 내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을 남겨 놨다.

이 외에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은 가격·입찰담합 등 사회적 비난이 큰 중대담합에 한해 공정위 고발 없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는 내용 등을 포함했다.

◇ “경영 부담 가중” vs “공정기반 통해 중소기업 활성화 필요”

재계는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반발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경영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다.

전경련은 지난달 31일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확대되면 경영상 필요에 의해 수직계열화한 계열사 간 거래가 위축돼 기업 경영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규제에 맞추기 위해 총수일가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면 시장이 사업 축소나 포기의 신호로 인식해 주가가 하락함으로써 소수 주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전경련은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해 누구나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도 기업을 직접 고발할 수 있어 경쟁사업자에 의한 무분별한 고발과 공정위·검찰의 중복 조사 등 혼란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과징금 상한을 높이는 개정안 방향에 대해서도 기업의 신규투자와 신성장동력 발굴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는 지주회사 지분율 규제 강화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 비용만 30조1000억원이 발생하고 이에 따른 일자리 손실이 23만8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집단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기존 지주회사가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신규 편입하는 경우 지금보다 지분을 더 많이 취득해야 한다는 이유다.

과징금 상한이 높아질 경우 기업들이 신규 투자보다 사법적 위험 관리에 더 집중하게 될 수 있다고도 했다.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해 경총도 지난달 25일 “이번 개정안은 상법의 감사위원 분리선임, 공정거래법의 사익편취 규제와 같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과중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며 “이는 이사 선임과 같은 지배구조에 대한 과도한 규제, 담합 관련 고발 남발, 기업 간 거래 위축 등 경영부담을 대폭 가중시켜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증유의 감염병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규제 강화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더욱 위축시키고, 결국 경기 회복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국회 논의과정에서 기업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우리기업에 대한 규제 수준이 외국보다 높아지지 않도록 규제 부담을 대폭 완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공정경쟁 기반 조성과 자본시장 정상화가 필요하단 의견도 있다.

정상영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부소장은 “공정경제 3법은 코로나19 위기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공정경쟁 기반 조성, 자본시장 정상화, 소수주주 보호 등을 위한 것”이라며 “국회는 공정경제 3법의 부족한 부분인 공익법인과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폐지 등을 보완해 이번 국회에서 처리해야한다”고 말했다.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관련 규제를 강화하라는 의견과 완화하라는 의견 모두 있다. 정부의 개정안이 중심이 돼 국회에서 속히 처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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