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7월 누계점유율 18.9% ‘20%선 붕괴’···LG화학·CATL과 격차확대
4위 삼성SDI와 격차 여전히 크지만···삼성은 ‘성장세’ 파나소닉 ‘하락세’ 확연
삼성SDI, 파나소닉 제치고 소형전지 1위 오른 전례···이번에도 재연될까 촉각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3강 체제를 유지했던 파나소닉의 약세가 도드라지는 양상이다. 점유율 20% 선이 무너지며 경쟁사들과의 격차가 확대됐다. 테슬라를 제외한 공급선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4위 삼성SDI의 사정권에도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다.
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재편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3강 4중’체제로 재편된 이후 3강의 한 축이던 파나소닉이 경쟁사인 LG화학·CATL과의 점유율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파나소닉의 금년 7월까지 배터리 누계 점유율은 18.9%다. 1위 LG화학과의 격차가 6.2%p 차이로 벌어졌다.
격차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점유율 감소다. 파나소닉은 올 1월과 2월 각각 27.6%, 29.8%의 누계점유를 기록하며 글로벌 1위 자리를 지켰다. 1월 22.9%를 기록했던 LG화학이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며 3월부터 현재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파나소닉은 2월 정점을 찍은 이래 3월부터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거듭하다 20%선마저 무너지게 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욱 확연하다. 당시 파나소닉은 22.8%의 점유율로 2위에 랭크됐다. 1위는 CATL(26.6%)이었으며, LG화학은 10.6%의 점유율로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3위에 자리했다. 치킨게임으로 낙오되는 기업들이 속출했지만, 전체적인 시장상황 등을 고려했을때 파나소닉의 입지는 대거 위축됐다.
이 같은 수치변화는 테슬라의 배터리 수급방식이 변화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까지 테슬라는 파나소닉으로부터 배터리를 독점 공급받아왔다. 올 초 중국 기가팩토리 가동을 개시하면서 중국의 CATL과 한국의 LG화학으로부터도 배터리를 공급받았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한·중·일 업계 1위 모두를 공급사로 지명한 셈이다.
점유율 격차 확대 배경은 각 사의 공급처와 관계있다. CATL은 전통적으로 자국 전기차 업체들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점유를 키웠다. 올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중국 완성차 시장이 위축되면서 CATL의 점유율도 하락했지만 이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테슬라뿐 아니라 유럽에서의 수요증가가 점유율확대의 원인으로 꼽힌다.
파나소닉은 테슬라를 제외하면 자국 완성차업체 위주로 배터리를 공급한다. 세계 3위 완성차 시장을 자랑하는 일본의 경우 순수전기차(EV)보다 여전히 하이브리드 차량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자연히 납품되는 배터리 용량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결과적으로 경쟁업체들과 달리 테슬라 의존도가 컸던 것이 점유율 급락의 원인인 셈이다.
파나소닉은 미국에서 강세를 보인다. 미국 전기차 시장이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만큼, 파나소닉의 잠재적 성장가능성 역시 농후하다. 다만, 한국 배터리 업체들 역시 미국에서 인기가 높다. LG화학은 GM과 합작사를 설립했으며, SK이노베이션도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배터리 셀 공장을 건립 중이다. 파나소닉 입장에서 미국이 경쟁사들과 차별성을 둘 만한 시장은 아니라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파나소닉이 3강에서 밀려난 뒤 삼성SDI 등 일부 업체들과 새로운 중위권을 형성할 것이라 관측한다. 일각에서는 3위 자리를 삼성SDI에 내줄 수 있다고 내다본다. 20% 선이 무너지면서 사정권에 접어들었다는 뜻이다. 삼성SDI의 7월까지 누계점유율은 6.4%로 4위에 랭크됐다. 파나소닉과의 격차는 12.5%p다.
단순 점유율 수치만 보면 이 같은 해석이 다소 과장돼 보이나, 그간의 성장성을 감안하면 충분히 설득력 있는 대목이다. 파나소닉이 22.8%의 점유율을 보였던 지난해 7월까지 삼성SDI의 점유울은 3.5%였다. 격차는 19.3%p다. 1년 새 삼성SDI는 52.6%의 성장률로 격차를 줄였고 파나소닉은 30.9% 하락세를 기록했다.
삼성SDI은 생산설비가 아닌 연구개발(R&D) 위주의 투자를 지속하는 업체다. 대규모 투자대신 점진적인 투자확대를 노리는 전략을 추구하는 데, 이는 국내 업체들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례적인 행보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동반되지 않은 상태서 이뤄낸 성과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3강 4중’으로 묶이는 상위 7개 업체들 중 한국 3사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업체의 성장률은 모두 감소했다. LG화학이 97.4%의 성장률을 나타냈으며, SK이노베이션도 86.5%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파나소닉뿐 아니라 △2위 CATL(-25.5%) △6위 BYD(-60.8%) △7위 AESC(-12.9%) 등도 모두 뒷걸음질 쳤다.
SNE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3사가 본격적인 고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면서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선방하며 점차 대약진 단계로 접어들고 있어, 향후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장학하기 위해 시장흐름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기초경쟁력 강화 및 성장동력 점검 등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논평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과거 소형전지시장에서 접전을 펼치던 삼성SDI와 파나소닉이 새로운 경쟁국면을 맞이하게 됐다”면서 “만년 2위를 기록하던 삼성SDI가 반등에 성공하며 파나소닉을 제쳤던 것처럼,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도 역전을 기록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고 시사했다. 이어 그는 “복수의 거래선을 자랑하고 기술경쟁력 또한 갖춘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량을 늘릴 경우 점유율 역전은 의외로 빠르게 전개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