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오픈마켓서 카카오톡으로 유인해 현금결제 유도···고가 가전제품이 대상
가격은 원가보다 20만원 저렴···판매자, 계좌이체로 현금 받으면 잠적
# A씨는 한 오픈마켓에서 최저가로 냉장고를 주문했다. 판매자는 주문한 냉장고 재고가 없다며 다른 사이트로 유도했다. A씨는 오픈마켓 주문을 취소하고 판매자가 안내한 온라인 쇼핑몰로 약 140만원을 이체했다. 판매자가 안내한 쇼핑몰에는 냉장고 외에도 TV, 에어팟 등 가전제품 대부분을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냉장고는 배송되지 않았고, 판매자와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오픈마켓 사업자 정보를 도용한 사기였던 것이다.
최근 G마켓, 11번가, 쿠팡 등 대형 오픈마켓을 이용한 가전제품 피싱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대형 가전 브랜드의 제품을 최저가로 올려 소비자들을 유인해 돈을 받은 뒤 잠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타깃은 에어컨, 냉장고 등 단가가 높은 대형가전이다.
이들은 먼저 오픈마켓 물건 판매글에 상품 가격을 최저가로 등로한 후, 상품 설명란에 자신의 카카오톡 ID를 적어 “구매 전에 먼저 연락을 달라”고 기재했다. 특히 이들은 판매 중인 제품이 ‘특가 할인 제품’이라 재고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현금가 판매 물량만 남아있다며 카드 결제가 안 되는 대신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다고 구매자를 설득시킨다.
소비자가 계좌이체를 완료하고 배송일정 등 확인을 위해 연락하면 판매자는 연락을 두절한다. 해당 쇼핑몰에 표시된 사업자등록번호, 주소지, 전화번호 등은 모두 타 사업자 정보를 도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2일 기자가 직접 냉장고 판매자와 접촉했다. 기자가 “오픈마켓에서 보고 연락드린다”했더니 판매자는 “모델명을 알려달라”면서 “안심결제 링크를 드릴테니 현금으로 결제해달라”고 했다. 실제 기자가 판매자가 전달한 링크에 접속해보니, 가전제품 대부분을 판매하고 있었다. 가격도 원가보다 저렴했고, 설치도 무료로 제공하고 있었다. 링크, 주문창 등 모두 일반 오픈마켓과 동일한 방식이어서 소비자들이 사기 여부를 분별하기 어려울 듯 했다.
최근 에어팟을 구매하려고 했던 B씨는 “에어팟을 24만원에 주문했더니 재고가 없다며 다른 사이트로 유인했고 그 사이트에선 21만원에 구매가 가능했다”면서 “다른 링크로 유도하기에 의심스러워 주문하지 않았다. (판매자가 보낸 링크에는) 사업자등록번호와 소재지까지 다 있었다”고 말했다.
냉장고를 주문하려고 했던 C씨 역시 “눈여겨보던 냉장고가 오픈마켓에서 120만원에 판매되고 있어 주문했더니 카카오톡으로 재고를 파악하라고 했고, 현금결제만 가능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오픈마켓 사기가 늘자 LG베스트샵, 11번가 등은 공식 홈페이지에 사칭 주의 안내를 걸어둔 상태다.
쿠팡 관계자는 “직거래를 허용하지 않고, 판매자들의 광고성 사기글이 발견되면 즉시 해당 판매자 계정정지 및 상품 판매중지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주문 건이 취소되지 않았을 경우 취소 및 환불도 진행하고 있다. 소비자와 판매자를 보호하는데 앞장서 피해 예방을 위해 적극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픈마켓 한 관계자는 “최근 이러한 사기 수법이 부쩍 늘었다”면서 “피해가 접수되면 해당 판매자에게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관련 내용을 지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 관계자는 “오픈마켓에 입점한 사업자가 재고부족, 추가할인 등 이유로 전화나 SNS 등으로 개별 연락이 오는 경우 즉시 구매를 중단하고 해당 오픈마켓이나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신고해야 한다”면서 “특히 판매자가 알려준 사이트가 계좌이체 등의 현금 결제만 가능하면 사기판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