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사 국시 연기 이어 전공의에 입장 정리 요구···의대 증원 추진 중단 상태 강조
전공의·전임의·의대생, 비대위 출범···내주 3차 파업 시 의료공백 최악 전망
최근 의료계가 전공의를 중심으로 집단휴진을 강행하자 보건복지부가 일단 숨고르기를 하며 입장 정리를 요구했다. 반면 전공의와 전임의, 의대생들은 연합전선을 구축하며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의 원점 재논의 명문화를 요구했다.
윤태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 철회 요구와 관련, “정부는 어떠한 조건도 걸지 않고 교육부 정원 통보 등 의대 정원 증원 정책 추진을 중단해 둔 상태"라고 강조했다.
윤 반장은 “코로나19 위기 극복 이후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하자는 제안을 제시한 바 있다”며 “정부 양보와 제안에도 불구하고 의사 수 확대 철회라는 요청이 환자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집단적 진료 거부까지 강행할 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것인지 재고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전공의들이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한방첩약 시범사업, 공공의대 신설 정책을 두고서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입장을 정리해 줄 것을 촉구했다”고 전했다. 윤 반장은 “공공의대는 국회에서 법률이 제정돼야만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며 “정책 철회 요구는 국회 입법권까지 관여된 사항으로, 세부 사항은 국회에서 결정되므로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역설했다.
이같은 발언으로 인해 결국 정부가 연일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 복지부는 지난달 28일 전공의 10명을 경찰에 고발한 후 추가 고발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지난 1일 의사 국가고시 일정을 1주일 연기한 것은 일단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의료계를 더 이상 자극하지 않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의료계는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고 집단휴진을 강행하고 있다. 전공의와 전임의, 의대생들은 이날 ‘젊은 의사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했다.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 출범 기자회견에서 “(전공의가)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4가지 악법을 철회하고 원점으로부터 재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비대위는 정부 합의문에 반드시 ‘원점 재논의’가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의대 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등 의료계가 선정한 4대 악법은 의료 전문가인 의사와 합의 없이 추진됐으므로 철회해야 한다는 것이 기존 입장이었다. 비대위는 특히 문서를 통해 ‘정책 철회’나 ‘원점 재논의’ 등을 명시하고 국민들에게 약속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즉 구두로 정부가 하는 약속은 믿을 수 없기 때문에 문서로 명문화해달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전문가 의견을 듣고 지킬 것이라는 (정부의) 문서가 필요하다”며 “(정부를) 믿고 현장으로 돌아가 환자를 보기 위한 약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도 법무부 산하 국립법무병원 소속 의사 11명이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의료계 반발이 이어졌다. 의료계가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과 공공의대 신설 등에 대한 반발도 있지만, 최근에는 전공의 고발에 대한 반발도 중요 사유로 분석된다.
실제 복지부가 지난달 28일 경찰에 고발한 전공의 10명은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중앙대병원, 한양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의정부성모병원, 가천대길병원, 상계백병원에 소속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병원에 근무하는 의대 교수들도 대정부 투쟁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어찌 보면 정책 부분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상당 부분을 양보했고, 이미 의사 국시 날짜도 연기한 바 있다”며 “하지만 전공의 제자들이 고발되는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의대 교수 입장에서는 그동안 전공의들을 심적으로 이해하면서도 당장 환자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나서기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복지부의 전공의 고발은 교수들 자존심에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극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공의와 전임의 중심의 무기한 집단휴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오는 7일로 예정된 3차 집단휴진까지 합의가 불발되면 최악의 상황도 예상된다는 관측이다.
전날 기준 전공의 휴진율이 83.9%로 집계된 상황에서 전임의와 의대 교수들까지 참여하는 3차 집단휴진에는 개원의들도 적지 않은 숫자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일부 대형병원에서 수술 연기가 누적된 상황에서 다음 주에 접어들면 사상 최악 의료공백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의료계를 더 이상 자극할 경우 환자들에게 직접 피해가 간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정부가 환자들 고충을 감안하면 선택의 방향은 확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