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확진자 반등, 광복절 이후엔 급증세···“사업장 감염자 발생, 치명적”
국내 최대 중화학공업지대 남동임해공업지역이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남동벨트’라 불리는 이곳은 소위 ‘수출 1번지’라 칭해지기도 한다. 국가경제에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주요 대기업의 생산기지들이 밀집한 남동벨트는 △경북 포항 △울산 △부산 △경남 창원·거제 △전남 여수·광양 등에 이르는 곳이다. 올 초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을 당시에도 비교적 낮은 감염률을 보여 ‘청정도시’ 이미지를 구축했다. 최근 감염자 수가 급증하면서 이들 지역에서도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 본사와 포항제철소 그리고 현대제철 포항공장 등이 자리한 경북 포항에서는 1일 현재까지 총 6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단순 확진자 수로만 봤을 때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7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밖에도 서울 마포구 71번 확진자, 부산 해운대구 220번 확진자, 충북 충주시 16번째 확진자가 최근 포항을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월 말까지 포항에서는 총 5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5~7월까지 매달 한 명의 추가확진자만이 발견됐을 뿐이었다. 7월 19일 이후 한 달 가까이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던 포항에서 단기간 내 확진자가 급증하자, 방역당국뿐 아니라 기업들도 움츠리는 분위기다. 도시 특성 상 주민들 상당수가 제철소 또는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많이 때문이다.
울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누적감염자 98명 중 격리 돼 34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 중 30.6%에 해당하는 30명이 지난달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들 30명 중 3명을 제외한 27명은 대확산 분수령으로 지목됐던 광복절을 기점으로 속속 확진판정을 받은 이들이다. 울산의 경우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LG화학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삼성SDI 등의 본사 및 생산시설들이 밀집했다.
부산에서는 조선소 내 감염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서 지난달 19일 1명의 확진자(부산 231번)이 발생한 이래, 2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재까지 총 305명의 확진자가 집계된 부산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137명이 지난달 집중적으로 확진판정을 받았다. 전체의 35.1%에 달하는 확진자가 지난달 중순 이후 발생했다.
총 59명의 확진자가 나온 창원에서는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17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29명이 코로나19에 누계 감염된 거제에서도 23명의 확진자가 최근 한 달 새 발생했다. 누계 17명의 확진자를 보인 전남 광양에서도 포스코 광양제철소 근무자를 포함한 최근 확진자 수가 증가세다. 통영·여수 등의 경우 감염자 발생이 극히 낮았으나, 이웃 도시들에서의 감염자 급증으로 방역 수위를 높이는 양상이다.
남동벨트이 집중된 제철소·조선소·자동차공장·석유화학단지 등은 사무직들과 달리 조업 특성 상 재택근무 실시가 불가능하다. 일부 공장들의 경우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상시 인력이 배치돼야 한다. 상대적으로 감염 위험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그럼에도 감염자 수가 낮았던 이유는 개별 기업들의 철저한 방역노력 덕분이라고 지적한다.
벨트 내 복수의 도시에 생산설비를 구축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2.5단계 방역대책이 발표된 이후 상시 근무 인원을 낮추는 방식으로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올 초부터 주요 기업들이 강도 높은 개인방역을 요구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펼침에 따라, 부산 등 일부를 제외한 주요 지역 내 감염을 억제시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소회했다.
이어 그는 “최근 지역 내 감염이 아닌 타 지역으로부터의 유입 등에 따른 위기감이 남동벨트 내 주요 공업도시들을 엄습하는 분위기”라면서 “만전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 번 뚫린 방역으로 사업장 내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공장가동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수출 등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상당히 매사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