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영업주 정부지침 숙지 못해 오영업하기도
업종 기준 손질 요구 나와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적용됐지만 곳곳에서 허점이 발견돼 밀집 최소화 방침이 자칫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많은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향돼 진행되는 만큼 빈틈이 없도록 철저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30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됐지만 서울시 관악구의 한 빈대떡 가게는 오후 9시가 넘도록 매장 영업을 중단하지 않았다. 오후 9시에 주변 모든 식당은 문을 닫았지만 이곳은 격상된 방역조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가게를 방문한 A씨가 음식점 영업주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렸고,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던 영업주는 뒤늦게 영업을 중지했다.

A씨는 “빈대떡 사장님이 벌금 부과될 뻔한 것을 구해드린 느낌이었다”며 “사장님이 나이가 많이 드신 분이었는데 법을 잘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주문을 취소시켜 줄테니 다음에 다시 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해당 영업주는 갑자기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세부 지침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특히 문자메시지 숙지에 익숙지 않은 노령자의 경우 숙지 부족으로 정부 지침을 잘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

수도권에서 연일 수백명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자 정부는 30일 기준으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2.5단계 수준으로 강화했다. 우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외부 활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젊은 층이 자주 방문하는 영업장을 대상으로 영업을 제한하거나 운영을 중단했다. 활동 반경을 줄이고 다중 인원이 모이는 것을 막아 확산을 최소화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갈 곳을 잃은 청춘들은 대안을 찾았다. 오후 9시가 넘어가자마자 술집과 음식점을 빠져나온 이들은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은 24시간 운영하는데다 근처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타깃이 됐다. 밀폐된 편의점에서 많은 이들이 모여서 주전부리를 구매하고 다시 실내나 실외의 편의점 테이블에 착석하면서 다중 인원이 모이는 모습도 보였다.

야외에서 테이블이 1개 정도 있는 곳은 위험이 비교적 덜해 보였지만 실내에 테이블이 크게 마련된 편의점에서 많은 이들이 착석할 경우 자칫 감염의 위험이 클 수 있다. 이에 대해 각 편의점마다 다른 지침을 내걸었다. 일부 편의점은 테이블 이용을 금지한 반명 일부 편의점은 테이블 이용에 별다른 제약을 하지 않았다.

등록명에 따라 반사이익을 보는 곳도 생겨났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매장 영업을 못하게 됐지만 간판에 카페라고 표시돼 있지만 ‘제과점’으로 등록한 곳은 일반음식점과 같은 기준이 적용됐다. 빵과 음료를 함께 팔며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곳이어서 이곳도 비말이 많이 오가는 곳이지만 이번 규제를 피해갔다.

제과점은 오후 9시까지는 매장 운영이 가능하다. 카페를 가지 못한 이들이 음료를 판매하는 제과점을 찾으면서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 운영 금지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제과점 카페는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 운영 종료에 따른 대안이 될 뿐이었다.

심지어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공부 모임을 운영하던 이들은 재빨리 제과점으로 바꿔서 공부 모임을 지속했다. 개인 이용자뿐만 아니라 단체 이용자들도 제과점 카페로 모임 장소를 옮겨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무의미하게 됐다.

또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유명세를 탄 카페의 경우 개인 카페로 등록된 경우가 많아 이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의 제약에서 빗겨갔다. 시간이 지날수록 프랜차이즈 카페의 대안으로 부각되면서 이용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정부가 정책을 꼼꼼하게 짜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는 사람의 밀집을 막아서 코로나19 감염을 줄이자는 건데 사각지대에서는 많은 이들이 밀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해서 효과를 보려면 이런 밀집을 원천봉쇄해야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영업 제한 업종 기준을 재정비해서 좀 더 철저한 거리두기를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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