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후보 숏리스트 중 윤종규 회장 대항마 없어···3연임 유력시
차기 은행장, 차차기 회장 경쟁시 유리한 고지 선점···허인·이동철·양종희 등 거론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을 시작으로 KB금융그룹이 주요 CEO 인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차기 KB국민은행장이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차기 회장 숏리스트(Short list, 최종 후보군) 발표 이후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3연임이 유력시 되는 만큼 차차기 회장 1순위 후보로 여겨지는 은행장 자리에 대한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회장과 함께 차기 회장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허인 국민은행장과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장기간 KB손해보험을 이끌고 있는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도 주요 경쟁자로 꼽히고 있다.
◇관 출신 ‘낙하산 리스크’ 해소···윤종규 회장 3연임 ‘가시화’
31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은 내달 16일에 차기 회장 숏리스트 4인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한 심층평가를 실시하고 최종 후보자를 확정할 계획이다. 지난 28일 발표한 숏리스트는 윤종규 현 회장을 비롯해 허인 국민은행장, 이동철 국민카드 사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등으로 구성됐다.
숏리스트 4인이 발표되자 업계에서는 윤 회장의 3연임을 예상하는 목소리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 인사에서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해왔던 ‘낙하산 리스크’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4인의 최종 후보군 중 유일한 외부 인사인 김 전 부회장은 관 출신이 아닌 민간 출신이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와는 거리가 멀다.
김 전 부회장은 하나은행·하나금융지주회사 설립기획단 팀장, 하나금융 최고 재무책임자 부사장, 하나은행 기업영업그룹 부행장 등 하나금융과 하나은행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거물급 인사지만 지난 2018년 3월 이후 금융권을 떠나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윤 회장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회장으로서 KB금융을 장악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 인사인 허 행장과 이 사장은 윤 회장의 임기 중에 CEO에 선임된 인물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개별 역량과는 별개로 윤 회장의 영향력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윤 회장은 이른바 ‘KB사태’로 KB금융이 흔들리던 2014년 회장 자리에 올라 빠른 시간 내 그룹을 안정화시키고 임기 6년동안 실적 2배 이상의 성장을 이끌었다. 지난 2015년과 올해에는 각각 LIG손해보험과 푸르덴셜생명 등 대형 M&A를 성공적으로 체결하기도 했다.
◇허인 은행장, 신한은행 제치고 1위 은행 탈환 성공···국민카드, 계열사 실적 2위 등극
차기 회장 선임이 윤 회장의 3연임으로 무게가 기울자 시장의 시선은 벌써부터 회장과 함께 임기가 만료되는 국민은행장 자리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국민은행장에 올랐던 허 행장은 오는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번 은행장 인사가 더욱 관심을 받는 것은 차기 국민은행장에 선임이 되는 인물이 차차기 회장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재임기간 중 회장의 연령이 만 70세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기 때문에 1955년생인 윤 회장은 3연임이 마지막 임기가 된다. 자연스럽게 그룹의 2인자인 은행장이 1순위 회장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은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는 허인 현 국민은행장이다. 허 행장은 지난해 2조439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전년(2조2592억원) 대비 7.96%의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또한 2018년 신한은행에 밀려 2위에 있던 국민은행을 업계 1위로 올려놨다. 올해 상반기 역시 1조246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신한은행(1조1407억원)을 1060억원 차이로 따돌렸다.
특히 국민은행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글로벌 부문에서 최근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의 해외법인 순익은 409억54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97억원) 대비 4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민은행의 디지털 핵심사업인 알뜰폰 서비스 ‘Liiv M’(리브 엠)을 성공적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허 행장과 함께 차기 회장 숏리스트에 포함된 이동철 국민카드 사장도 유력 후보 중 하나다. 국민카드는 지난해 316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업계 불황 속에서도 전년(2866억원) 대비 10.43% 증가시키는데 성공했다. 올해 상반기 역시 지난해 동기(1461억원) 대비 12.11% 증가한 1638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그룹내 기여도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국민카드는 그룹 내 계열사 중 4번째로 많은 순익을 시현하는데 그쳤다. 그룹 전체 순익 대비 국민카드 순익의 비중은 7.95%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그룹 전체 순익의 9.57%를 책임지며 국민은행에 이어 2위 계열사로 발돋움하는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상반기 실적 기준 업계 순위도 국민은행과의 분사 이후 처음으로 삼성카드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양종희 KB손보 사장도 주요 경쟁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2017년 회장 선임 당시 윤 회장, 김옥찬 당시 KB금융지주 사장과 함께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던 양 사장이 이번 숏리스트에서 제외되자 일각에서는 그룹 내 입지가 다소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전년(2623억원) 대비 10.67% 감소한 지난해 실적(2343억원)과 지난해 동기(1662억원) 대비 13.36% 줄어든 올해 상반기 실적(1440억원)도 약점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KB금융 보험 부문장으로서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난 2016년 3월부터 오랜 기간 CEO직을 수행해왔다는 점도 강점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KB금융 내에서 양 사장보다 CEO를 오래 역임한 인물은 윤 회장이 유일하다.
지주 내에서 전략기획담당 상무와 부사장을 역임할 당시 ‘복심’으로 불릴만큼 윤 회장의 신임을 얻었다는 점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윤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할 경우 계열사 CEO선임에는 윤 회장의 의중이 가장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