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상반기 2만1998건, 통계 이래 역대 최대
고양·남양주·용인 등 서울 인접지역 거래 높아
GTX 등 각종 교통 호재, 거주 부담 줄여
서울 거주자가 수도권으로 집을 옮기는 ‘탈서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대책에도 치솟는 집값에 지친 수요자들이 비교적 저렴하고 서울과 근접한 주변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계획·지하철 연장·도시철도 개통 등의 교통호재도 경기권 거주 부담이 줄어든 요인으로 꼽힌다.
31일 한국감정원의 올해 상반기 경기도 아파트 매수 통계에 따르면 서울 거주민의 경기도 아파트 매매건수는 2만1998건이다. 지난해 상반기 6743건 대비 226% 급증한 수치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통계 이래 역대 최대치다. 서울 접근성이 뛰어난 지역 중심으로 거래량이 많았다. 올 상반기 서울 거주민들이 매매한 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2819건이 거래된 고양시다. 이어 ▲남양주 2371건 ▲용인 1953건 ▲김포 1504건 ▲수원 1502건 ▲의정부 1315건 ▲부천 1182건 ▲안양 1047건 ▲성남 978건 ▲광명 839건 등이 매매건수 상위 10곳을 이뤘다.
업계에선 서울에 아파트 구매 부담이 커지면서 경기권에서 ‘내 집 마련’에 나선 수요가 늘었는 분석이다.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9억8503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8억5951만원과 비교해 반년 새 1억원 이상 오른 것이다. 서울 평균 전셋값은 5억1011만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이달 경기도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4억2189만원, 전셋값은 2억7807만원을 기록했다. 매매가의 경우 서울 평균 전셋값보다 낮은 수준이다.
각종 교통 호재도 경기권 거주 부담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경기권은 GTX 개통으로 인한 수혜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GTX 조성 사업은 A·B·C 등 3개 노선으로 진행 중이다. 이 중 파주 운정과 화성 동탄을 잇는 GTX-A노선은 2023년 말 개통을 목표로 지난 2018년 착공식을 가졌고, 인천 송도와 남양주 마석을 잇는 B노선과 양주 덕정에서 수원으로 이어지는 C노선은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돼 조기 착공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고양시는 GTX-A 노선과 대곡소사선, 남양주시는 GTX-B 노선과 4호선 진접선의 수혜가 예상된다.
용인·수원·김포는 지하철 연장·도시철도 개통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용인시는 신분당선을 이용하면 강남까지 25분(수지구청~강남역 기준)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수원 호매실까지 신분당선 연장 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수원시는 서울 도심으로의 이동시간이 단축될 예정이다. 김포시에선 김포 골드라인을 이용하면 서울 여의도까지 33분(고촌역~여의도역)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김포시의 경우 서울 도심과 인접했음에도 6·17부동산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상반기에도 서울 집값이 계속 올랐고, 특히 전세 거주 부담도 커져 탈서울을 결심한 수요가 늘어났다”면서 “정부가 경기도에 GTX 등 광역 교통망 인프라를 늘리면서, 서울과 경기와 지리적인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수도권에서도 서울 도심으로 출퇴근이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비싼 주거비용을 지불하고 서울에서만 거주해야 한다는 수요가 줄고 있는 추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