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조합 설립도 못한 지지부진 사업장 공공재개발로 기대감 커지며 외지인 유입도
신축 비율 높아진 점은 악재로 작용
십수 년 동안 좀처럼 사업 속도가 나질 않던 서울 성북1구역이 모처럼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8·4 대책을 통해 추진한다고 밝힌 공공재개발 사업에 참여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사업이 탄력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돼서다. 조합원들도 의욕적인데다 일부 주택의 노후도도 상당히 심각한 편이어서 사업추진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수년간 신축건물이 여러채 들어선 점은 사업성을 낮추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성북1구역 재개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 따르면 해당 추진위는 지자체에 공공재개발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추진위는 당분간 사업자 공모를 9월에 한다는 국토교통부의 일정에 맞춰 조합원의 동의서를 받아서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동의서 양식이 내일(내달 1일) 나온다고 해 기다리고 있다. 공모할 때에는 우선 조합원의 10%만 동의서를 받아도 되지만 최대한 많이 받아서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공공재개발에 대한 주민의지가 워낙 높아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동의서를 받는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1년 재개발을 추진한 바 있지만 당시만 해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주민이 많았고 사업은 게걸음이었다. 특히 성곽과 인접해 문화재 보존과 관련한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현재는 슬럼화가 심각해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이 늘었다. 게다가 사업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SH공사나 LH가 중재를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의 호응도도 커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 1호 사업장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시장도 반응하고 있다. 다세대나 연립주택 등도 상당히 몸값을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활발히 거래되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삼영맨션 전용 76㎡는 올해 초만 해도 3억 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최근에는 1억5000만 원 가까이 뛴 4억9200만 원에 실거래됐다. 인근의 다가구인 리안캐슬도 약 1년 동안 1억 원 가까이 올랐다. 성북동 H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하계 휴가철과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다른 지역 중개사들은 죽을 쑨 다는데, 공공재개발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돈 이후로 이곳은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 노후한 동네이지만 새 아파트에 대한 갈증에 수요가 몰리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신축 빌라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것은 사업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노후불량건축물의 수가 전체 건축물의 3분의 2를 넘어야한다는 요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개발이 요원해지면서 건축업자들이 분양수익을 내기 위해 우후죽순으로 신축 건물을 대거 지었다. 이들도 조합원 자격을 갖고 입주권을 주면 분양수익은 더욱 하락하게 된다. 현재 노후도는 66.6%로 재개발 구역지정을 위한 요건은 가까스로 갖춘 상태다. 이에 대해 추진위 측은 “사업 진행 속도상 아직 분양권 취득 여부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공재개발에 대한 인센티브가 알려지면서 성북1구역 이외에도 공공재개발을 추진의사를 밝힌 사업장은 3~4곳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H공사에 따르면 현재 흑석2구역, 성북1구역, 양평14구역 등 4곳이 공공재개발에 참여하겠다는 사업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서울시는 내달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를 시작해 오는 11월 선정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협업하는 공공재개발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로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며 “분양가상한제와 분담금에 대한 부담도 없어 사업이 중단됐던 사업장에게는 기사회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