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하나銀·미래에셋대우, 조정안 수용 이후 신금투 상대 구상권 청구 가능성
신금투, 조정안 수용하면 라임 공모혐의 인정 우려···라임펀드 관련 추가손실 위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투자자들에게 100%를 보상하는 분쟁조정안을 수용할 것을 압박하면서 최종적으로 신한금융투자의 손실 규모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른 판매사들이 일단 선제적으로 보상에 나선 이후 신한금융투자에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외 다른 사모펀드와 관련해서도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한금융그룹 내에서 신한금융투자가 ‘밑 빠진 독’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신한금투, 무역금융펀드 구상권 피소되나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투자자에 대한 100%보상 조정안 수용을 압박하면서 신한금융투자가 구상권 피소 위기에 놓여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은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신청 가운데 대표유형 4건을 추려 민법 제109조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100% 배상 결정을 내렸다. 이들 4건의 판매사는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이고 이들의 라임 무역금융펀드 판매금액은 각각 우리은행 650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등이다.

금융감독원은 7월27일까지 조정안 수용여부에 대해 답변할 것으로 요구했지만 판매사들은 기한연장을 요청, 결국 이달 27일까지로 답변기한이 미뤄졌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판매사들을 대상으로 추가 기한연장은 없다는 뜻을 전달했다.

금융감독원은 윤석헌 원장이 직접 나서 조정안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윤 원장은 이달 11일 조정안이 구속력이 없어 판매사들이 수용을 거부한다면 조정안 실효성 확보를 위해 강제력을 부여하는 ‘편면(片面)적 구속력’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윤 원장은 25일 임원회의에서도 금융권 CEO들에 대한 금융소비자보호 실태 및 경영실태 평가에 이번 조정안 수용 여부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4분기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제재심의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의 전방위적 압박에 신한금융투자를 제외한 판매사들은 27일 이사회를 열고 조정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 논란 때문에 수용 여부를 고심했지만 이번 라임무역금융펀드는 신한금융투자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출구전략’이 가능하기에 수용 쪽으로 의견이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과 마찰을 겪느니 일단 선보상을 한 다음 신한금융투자를 상대로 구상권 청구 소송을 내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라임자산운용에 총수익스와프증권(TRS)를 제공하고 있던 신한금융투자가 무역금융펀드 부실을 사전에 알고도 라임 측과 공모해 투자자들을 속인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 역시 최근 신한금융투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부서를 맡았던 심모 전 팀장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신한금융투자로서는 이번 조정안을 수용하면 향후 전개될 재판에서 관련 책임을 인정하는 근거가 될 가능성이 있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가 라임자산운용과 공모했다는 법적 판결이 나오면 다른 판매사들이 제기한 구상권 청구 소송에서도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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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한금투, 추가손실 가능성

신한금융투자는 금융감독원의 분조위 수용 가능성에 대비해 올해 2분기 432억원을 충당부채로 인식했다. 그러나 향후 타 판매사들과 구상권 청구 소송이 전개 여부에 따라 추가로 충당금이 적립될 수 있다.

다른 라임자산운용 펀드와 관련해서도 추가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전체 라임자산운용펀드 모(母)펀드 판매액 1조6679억원 가운데 3971억원을 판매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가운데 환매중단된 금액은 3200억원 가량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신한금융투자에서 판매된 라임자산운용 펀드 가운데 2119억원 가량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올해 상반기 실적발표에서 2119억원 가운데 769억원을 영업외 비용으로 반영했다. 

신한금융투자는 독일 헤리티지 파생결합증권(DLS) 관련해서도 추가 손실 가능성이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3600억원어치를 판매했는데 올해 상반기에 관련 충당금으로 1248억원을 일단 쌓아놨다.

신한금융투자는 홍콩계 사모펀드 젠투파트너스 환매중단 사태에도 연루됐다. 지난달 환매중단된 1조900억원 가운데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금액은 4000억원 가량으로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각종 사모펀드 사태에 얽히면서 신한금융투자에 추가 출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앞서 신한금융지주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IB)를 염두에 두고 지난해 8월 신한금융투자에 66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신한금융투자는 자본이 2019년말 기준 4조2000억원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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