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수도권 전공의에 업무 복귀 종용···의협 “불이익 받을 시 무기한 총파업”
개원가 휴진 참여율 저조, 전날 기준 6.4%···전공의는 강경 입장, 응급실 업무 거부
정부가 집단휴진을 강행한 의료계를 상대로 예상외로 업무개시 명령이란 강수를 꺼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집행부는 의료계가 불이익을 받을 경우 무기한 집단휴진하겠다고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개원가 휴진률이 6.4%로 파악돼 호응도가 낮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확산 추세에서 휴진하는 의료계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오전 8시를 기해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즉시 환자 진료 업무에 복귀할 것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업무개시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해당 의사는 면허정지 처분이나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 처분을 받으면 의료인 결격 사유로 인정돼 면허까지 취소될 수 있다.
복지부가 이처럼 의료기관이 아닌 의사를 상대로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 것은 당초 대화를 우선시한 정부 방침을 감안하면 의외로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업무개시 명령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와 2014년 원격의료 반대 때 발동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의료기관이 대상이었지, 의사는 대상이 아니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상황을 파악해 집단휴진 마지막 날 정도 명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예상보다 신속하고 기민하게 휴진 첫날 정부가 명령 카드를 내밀어 당황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전날 저녁부터 이날 새벽까지 박능후 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의협 회장이 비공식 대화를 이어간 점을 지적한다. 양측이 코로나19 사태의 안정화 시점까지 의대 증원 증원 정책 추진을 중단키로 합의했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가 반대해 최종 합의가 무산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 철회를 약속해야 집단휴진을 중단할 수 있다는 전공의들의 강경한 입장 때문으로 알려졌다. 이에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한 최후 보루를 복지부가 앞당겨 실행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복지부 강공에 의협도 강력 반발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의협 궐기대회에서 발표한 공식 입장을 통해 “정부가 내린 업무개시 명령에 불응한 후배 의사 단 한 명이라도 행정처분이나 형사고발 등 행정조처가 가해진다면 전 회원 무기한 총파업으로 저항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협상의 사실상 주인공인 대전협도 이날 오전 결의문을 통해 ‘젊은의사 단체행동은 ▲잘못된 의료 정책으로 국민을 속이는 정부 형태에 결연히 저항한다 ▲잘못된 정부 정책 철회를 이뤄낸다 ▲국민 건강권을 진정으로 보장할 정책을 요구하는 단체행동으로 나아간다’ 등 3가지 입장을 내놓았다.
실제 일부 서울 대형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응급실을 이탈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응급실에서 철수해 다른 인력으로 자리를 메꿨다. 이에 응급실이 기존에 비해 업무강도가 세고 혼잡도가 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의료계에도 의협 집행부나 대전협과 달리 이번 집단휴진에 유보적이거나 소극적 모습이 파악된다. 일단 개원가가 대표적이다. 복지부가 전날 정오 기준 집계한 결과, 17개 시도 3만2787개 의원급 의료기관 중 이날 휴진키로 사전 신고한 기관은 2097개(6.4%)에 불과하다. 이어 오는 27일에는 1905개(5.8%), 28일에는 1508개(4.6%) 기관이 휴진하겠다고 사전 신고했다.
즉, 의협 집행부나 전공의와는 달리 상당수 개원의들은 집단휴진 특히 코로나19가 확산하는 현재 시점에서 휴진에 소극적 모습을 보인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개원가에서는 별다른 진료공백이나 사고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부동산 등 문재인 정부의 연이은 정책 헛발질 때문에 의사들 피해에 관심을 갖고 묻는 이들이 주변에 있었다”라면서도 “코로나19 확산과 경기 불황에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지금 이 시점에서 집단휴진 당위성을 설명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상대적으로 정부는 새벽까지 협상하며 의료계와 소통하며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의료계는 속사정이 어떻든 밥그릇 챙기기에 열중한다는 이미지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관계자는 “현 집권세력이나 복지부는 국민 여론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고 어떤 시점에 어떤 승부수를 내놓아야 하는지에 대해선 대단히 잘 아는 사람들”이라며 “의학만 공부한 의사들이 그들과 투쟁해서 이기기 어려운데, 향후 대응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