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 예비판결 後 승기 LG에 기울어···배상금 협상에서 이견 좁히기 난항
“합의안에 국내소송 포함될 것, 항소심은 의미없어”···27일 1심선고 촉각
‘배터리 대전’을 치르고 있는 LG화학·SK이노베이션이 내일(27일) 첫 번째 재판결과를 받아든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판결 이후 승기를 잡은 LG와 수세에 내몰린 SK 모두에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두 회사의 행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이날 열리는 재판은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법인(SK Battery America)가 원고다. 지난해 4월 LG화학이 ‘배터리 세라믹 코팅 분리막 기술침해’를 이유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자, 이에 SK 측이 소송을 취하하고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10월 맞불을 놨다. 당초 지난 13일이 선고기일이었으나 한 차례 연기됐다.
두 회사는 과거에도 동일한 기술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다. 대법원·특허법원 등에서 해당 기술의 소유권을 주장했다. 2014년 당시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과 김홍대 SK이노베이션 소형전지사업부장 등이 합의해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러다 배터리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 되며 LG 측이 소송을 재개함에 따라 합의위반이라며 SK가 반격에 나선 소송이다.
이번 소송을 쟁점 역시 당시의 합의가 유효한가 여부다.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연기했을 정도로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재판을 앞두고 업계는 예측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두 회사 어느 곳이 승리하더라도 이상할 것 없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이유로 패소한 측은 즉각적으로 항소에 나설 것이라 예견했다.
최종심이 아닌 1심 결과고, 항소가 예상됨에도 이번 재판결과가 유독 주목받는 까닭은 두 회사가 현재 처한 상황 때문이다. 소송이 난무하던 두 회사의 갈등은 지난 4월 ITC의 예비판결 이후 판세가 기울었다는 평이 나왔다. ITC 측이 SK이노베이션의 예비 패소한결 결정을 내리면서다. 이후 SK 측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재심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오는 10월 5일로 예정된 최종판결에 큰 영향을 끼치긴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양측은 배상금을 놓고 합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LG 측은 수조원대를 요구하는 반면, SK 측은 수백억원대를 주장하고 있어 이견을 좁히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ITC의 예비판결에서 SK가 패소하게 될 경우 수조원을 쏟아 부은 미국 투자가 무위로 그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업계에서는 협상이 타결될 경우 내달 중 이뤄질 것으로 예측한다.
자연스레 이번 국내 판결이 두 회사의 협상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LG 측이 승소하게 될 경우 확실한 승기를 잡게 돼 협상에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이 이길 경우 이견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서 제기된 잔여소송에도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뛰는 기업들인 까닭에, 국내보다 ITC의 판결이 사업 존폐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기에 보다 무게감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면서 “양측의 합의를 도출할 경우 미국뿐 아니라 국내소송들 역시 철회할 가능성이 높아 추후 항소심보다 이번 1심이 갖는 의미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의의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