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인하·분조위 권한 강화 법안, 소비자 피해 낳을 수도
부작용 최소화 위한 충분한 논의 필요
지난 총선에서 176석을 확보한 여당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파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남국 의원과 이용우 의원이 이달 들어 발의한 두 법안은 그 과정과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금융권에 적지 않은 충격을 가져다 줬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10%로 대폭 인하하는 ‘이자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어 지난 12일에는 이 의원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소액분쟁조정사건의 경우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금융소비자가 수락하면 금융사의 수락 여부와 관계없이 조정안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도록 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5일을 간격으로 발의된 두 개의 법안을 두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많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두 법안 모두 금융권을 넘어 사회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는 김 의원의 법안은 저신용·저소득 계층의 금융 소외 현상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하락하면 저축은행이나 카드사,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은 대출의 장벽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도권 금융에서 자금을 구하기 힘든 금융소외계층이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위험도 높다.
금감원 분조위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이 의원의 법안도 자본시장 전체가 침체되는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는만큼 금융사 입장에서는 영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더욱 우려가 되는 것은 두 법안들의 발의 과정이다. 김 의원의 법안 발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로부터 시작됐다. 김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기 하루 전인 6일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대표단과 소속 국회의원 176명 전원에게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제안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 지사는 편지를 통해 “1970년대에도 이자제한법 상 법정 최고금리가 연 25%였다”며 “이를 감안하면 기준금리 0.5%의 저금리·저성장 시대로 접어든 지금 대부업체의 연 24% 이자율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유력 대선 후보 중 하나인 이 지사의 말에 여당 의원들은 즉각 반응했고 단 하루만에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 의원의 법안은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분조위의 ‘편면적 구속력’을 언급한 이후 하루 만에 발의됐다. 편면적 구속력은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동일한 의미를 지니는 내용이다. 이 지사와는 그 사례가 조금 다르지만 공론화 이후 매우 빠른 속도로 입법 절차가 시작됐다는 점은 동일하다.
두 법안 모두 그 목적은 분명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데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이 오히려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할 위험도 있다. 만약 176석을 앞세워 빠른 법안 처리에만 신경 쓰면 부작용에 대한 예방 방안을 마련하기 힘들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 법안을 두고 “표면적으로 보이는 가계부채 총량 관리는 잘 되겠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미흡한 법안 처리는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원래의 목적과 가치마저 가리게 될 것이다. 이러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간을 두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