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까지 16명 회장·행장 임기 만료
9월·11월 이동걸·윤종규 회장 연임에 관심 집중
지방은행 실적 악화돼 수장 교체 가능성 높아
올해 하반기를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은행권 수장 16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로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다. 또 업계에서는 일부 은행이 코로나19 위기에서 실적 방어에 실패하고 있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씨티은행의 박진회 행장이 올해 상반기 악화된 실적을 발표한 후 3연임을 포기한다고 밝힌 것도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동걸 산은·윤종규 KB 회장 연임 여부 관심↑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시작으로 은행권 수장들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다. 금융지주 회장 중에서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임기가 11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 외에 하반기에 임기가 만료되는 최고경영자는 ▲이동빈 Sh수협은행장(10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허인 KB국민은행장(11월) ▲진옥동 신한은행장, 김태오 대구은행장(12월)이다. 내년 1월과 3월에 임기가 만료되는 수장은 ▲박종복 SC제일은행장),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1윌)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3월), 지성규 하나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빈대인 BNK부산은행장, 황윤철 경남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임용택 전북은행장(3월)이다.
업계에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의 임기는 다음달 10일에 만료된다. 임기 종료가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쌍용자동차 회생 등 굵직한 현안이 남아 있어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이 회장이 연임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이 회장이 취임 후 금호타이어, 성동해양조선, 한국GM, STX조선해양 등의 구조조정을 원활히 처리했다는 평을 받고 있어 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과 쌍용자동차 문제도 이 현안을 잘 아는 이 회장이 풀어야 한다고 평가한다.
금융업계는 윤종규 회장의 3연임 가능성도 높게 점친다. KB금융은 현재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오는 28일 현 회장을 포함해 총 4명의 회장 후보자군을 결정할 예정이다. 투표를 거쳐 다음달 16일 최종 회장 후보자 1인을 결정한다.
현재로선 코로나19 사태로 금융권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윤 회장을 대체할 만한 뚜렷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윤 회장은 경영진 간의 다툼이 벌어진 ‘KB사태’ 직후 2014년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에 오른 직후 빠르게 조직을 안정시켰다. 이후 현대증권(KB증권)·LIG손해보험(KB손보) 인수에 성공하면서 KB금융을 리딩금융그룹 지위에 올려놨고 올해는 푸르덴셜생명 인수에도 성공했다.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711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보다 6.8% 감소했다. 2분기 순이익은 9818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4.6% 증가했다. 국내외 경기 침체 등을 고려한 추가적인 대손충당금 적립 영향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실적 악화가 연임·교체 결정 기준 될 수도
업계에선 은행 수장들의 연임이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준 실적 방어 결과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의 경우엔 최근 3연임을 내려놓고 물러난다는 의사를 밝혔다. 부진한 실적이 박 행장의 연임을 발목잡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씨티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9% 줄었다. 씨티은행은 코로나19 관련 충당금 추가적립과 전년에 본점 건물 매각이익 소멸효과로 순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지만 같은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 순이익이 같은 기간 21.1%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란 분석이다.
박 행장은 임기 동안 점포 축소, 자산관리(WM) 강화 등 정책을 내세워 씨티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올해 수익이 악화하면서 이에 대한 책임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 사퇴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한 수익 악화가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권 수장들의 연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특히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순이익이 나빠지면서 내년 3월 지방은행의 수장들이 교체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각각 1781억원과 10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13.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순이익도 15.7%, 54.3% 줄었다.
시중은행들의 실적 방어에도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 감소하는 데 그쳤고 하나은행은 2.7% 증가했다. 반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각각 11%, 45% 감소했다. 이들 은행장들의 임기가 올해 말과 내년 초에 만료되면서 연말 실적 등에 따라 연임과 교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순익 방어에 실패하면 다른 은행과의 경쟁에서 갈수록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은행마다 올해 실적을 중요하게 본다”며 “올해 실적이 은행장들의 능력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