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시공 넘어 매입·기획·운영 등 사업 다각화 차원
“자산 유동화 통해 성장동력 확보···재무건전성 훼손 우려도 적어”
국내 주택 경기 둔화와 해외수주 감소 등으로 실적 고민에 빠진 건설사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리츠’(RETIs·부동산투자회사) 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단순 도급사업 방식을 넘어 매입·마케팅·운영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저금리 시대를 맞이해 리츠 시장으로 돈이 몰릴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면서 건설사들의 리츠 진출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최근 자산관리회사 호반에이엠씨(호반AMC)의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자본금 70억원 규모 호반 AMC는 리츠 자산의 투자·운용을 위한 법인으로 염용섭 호반건설 경영기획팀장이 대표이사를 맡는다. 오는 10월 국토부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건설은 리츠 사업 진출로 호반그룹이 보유한 자산을 유동화해 신규 사업을 위한 투자 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각종 개발사업의 초기 단계부터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유치해 안정적인 사업구도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대주택, 물류센터 등 각종 개발 사업에도 리츠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에 앞서 리츠 사업에 진출한 건설사는 대림사업·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 등이 있다. 대림산업은 2016년 건설업계 최초로 자산관리회사인 ‘대림AMC’를 설립하고 임대주택 관련 리츠 사업을 진행해 왔다.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고, 대림AMC가 운영·관리를 맡은 식이다. 2016년 말 천안 동남구 원성동에서 첫 임대주택 프로젝트를 시작 2020가구 규모의 대구 서대구지구를 비롯해 인천도화1구역, 인천숭의3구역, 청주 우암1구역 등에서도 연계형 정비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주택개발리츠인 ‘인천영종 A-28BL’을 수주했으며 같은 해 324억원을 출자해 부산 우암 2구역 공공지원민간임대 연계형 정비사업을 하고 있다.
HDC현산 역시 2017년 ‘HDC투자운용’을 설립해 리츠 시장에 뛰어들었다. HDC현산은 시공뿐 아니라 투자자로서 운영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 ‘일산 2차 아이파크’와 서울 ‘고척 아이파크’를 통해 부동산 운영사업에 나섰다. 일산 2차 아이파크는 순수 민간자본으로 구성된 리츠를 통해 공급된 첫 민간임대아파트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2월 리츠 자산관리회사(AMC)인 투게더투자운용 주식회사 설립 본인가를 승인받아 재건축 리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첫 번째 사업으로 베트남 하노이에 오피스 및 호텔 등을 짓는 스타레이크시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기에는 정비사업 최대 격전지 중 하나였던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반포3주구 재건축 사업에서 일반분양분을 리츠가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제안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건설사들이 리츠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기존 사업방식인 ‘시행-시공-분양’을 넘어 AMC를 활용해 부지 매입과 기획·운영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할 수 있어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 호황기에 비교적 안전한 단순 도급 시공만으로도 벅찼던 건설사들이 건설업 침체기를 맞아 부동산 금융업에까지 손을 뻗어 새로운 활로를 찾아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츠는 다양한 수익원 창출 외에도 자산의 유동화와 자금 조달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갖췄다. 그동안 건설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을 준공한 후 일반분양·통매각 등의 방식으로 수익을 내왔다. 이는 부동산 경기가 꺾여 미분양이나 공실 등 리스크가 커질 때 건설사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준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반면 리츠는 건설사들이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자본·지분에 투자, 발생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간접투자 상품이다. 자금이 분산되는 만큼 리스크도 분산된다. 황정환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리츠를 통한 자금조달은 기존 차입금 방식의 사업(자체·도급사업)에서 벗어나 재무건전성과 유동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으로 조달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리츠 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건설사의 진입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 속에 주식이나 채권 등으로 투자 방향을 정하지 못한 시중의 막대한 유동 자금이 리츠 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수익성 높은 사업을 선별해 운용한다면 안정적인 수익 배당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