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소비층으로 떠으론 Z세대…보는 콘텐츠 위주로 즐겨
엔씨소프트가 최근 자회사 설립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앞서 넷마블과 스마일게이트 등도 K팝 콘텐츠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전문가들은 게임사들의 잇따른 엔터 사업 진출이 사업다각화 목적 뿐만 아니라, 게임산업 자체에 대한 위기 의식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2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지난달 자회사 ‘클렙’을 설립하고, 대표이사에 김택헌 수석부사장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김택진 엔씨 대표의 친동생이다. 클렙은 엔씨소프트가 8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법인으로, 엔씨소프트 지분율은 66.7%에 달한다. 사업 목적에는 영상, 웹툰, 온라인 음악서비스, 인터넷 방송 등 각종 엔터 관련 항목들이 포함됐다.
◇자회사 설립·관련 게임 출시 등 다양한 형태로 엔터 사업 진출
엔씨는 이미 캐릭터 브랜드 ‘스푼즈’, 웹툰·웹소설 플랫폼 ‘버프툰’, 아티스트 협업 프로젝트 ‘피버 뮤직 페스티벌’ 등 다양한 엔터 관련 콘텐츠를 서비스했지만 자회사 설립을 통해 엔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씨뿐만 아니라 다른 게임사들도 엔터 사업에 이미 발을 담그고 있는 상태다. 앞서 넥슨은 지난 6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15억달러(약 1조8352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힌바 있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공시를 통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산업은 일방에서 양방향으로 변화를 겪고 있다”며 “오랜 기간 다양한 유형의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유지해온 넥슨의 비전을 공유할 회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넷마블도 지난 2018년 BTS 소속사로 유명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으며, 현재 빅히트의 2대 주주다. 넷마블은 BTS를 소재로 한 모바일게임 ‘BTS월드’를 지난해 6월 출시했으며, 최근 신규 모바일게임 ‘BTS 유니버스 스토리’의 공식 사이트를 열고 글로벌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넷마블과 방탄소년단의 두 번째 협업 작품인 BTS 유니버스 스토리는 유저가 직접 스토리를 제작할 수 있는 샌드박스 게임으로, BTS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를 담았다. 다양한 컨셉의 스토리를 자유롭게 생산하고 이를 다른 이용자들과 공유하며 소통하는 것이 게임의 핵심 콘텐츠다.
컴투스는 자회사를 통해 웹드라마 제작에 나서고 있으며 ‘서머너즈 워’ 세계관을 바탕으로 유명 제작사와 협업을 통한 애니메이션·영화화 등을 진행중이다. 스마일게이트도 인기 IP ‘크로스파이어’를 기반으로 한 드라마 및 영화 제작에 나선 상태다.
◇게임 산업 위기감 반영…“게임만으로 먹고 살기 어렵다”
최근 게임사들의 잇따른 엔터 사업 진출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게임산업에 대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실제로 게임의 경우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게임중독, 과도한 과금 등 부정적인 이슈로 계속해서 논란의 중심이 됐다. 반면 엔터 분야의 경우 케이팝 열풍을 비롯해 전 세계에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첨병 역할이란 이미지가 강하다. 단순 수출액만 놓고 봤을 때 게임이 훨씬 우위에 있지만 상징성은 엔터 쪽이 더 강세다. 게임사들이 각종 콘서트나 문화 행사를 진행하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아울러 미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가 ‘하는 게임’보다 ‘보는 게임’을 더 선호한다는 점 역시 게임사들이 엔터 사업에 진출하려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Z세대는 이전 세대(25세 이상)보다 게임을 더 적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게임 앱은 이전 세대보다 높은 사용량을 보였다. 직접 뭔가를 하기 보다는 보는 것을 즐기는 셈이다.
문제는 Z세대가 향후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를 경우 게임사들의 매출은 자연스레 떨어지게 된다는 점이다. 한 대형게임사 관계자는 “과거 유저들은 시간을 주면 하루종일 게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게임을 조금만하고 다른 사람들의 플레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보는 게임의 확산으로 게임 자체의 저변은 넓어졌지만, 오히려 동시접속자수나 매출은 감소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게임사들이 보는 콘텐츠 위주인 엔터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도 향후 관련 시장을 미리 선점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게임으로 돈을 벌고 있지만 미래에도 게임 하나만 가지고 돈을 벌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게임사들이 다양한 영역에 진출하는 것도 게임 하나만 가지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특히 엔터 사업의 경우 게임 IP를 활용한 콘텐츠 확장이 유리하기 때문에 많은 게임사들이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