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도 혐의···법원 “치안 열악한 외국에서 피해자들 협박”

/ 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중고 휴대전화를 캄보디아에서 판매하려 입국한 휴대전화 판매업자들을 권총과 실탄으로 무장하고 협박해 1억7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4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피고인은 단순 사기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특수강도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대구지법 형사12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특수강도 혐의로 기소된 A씨(41)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캄보디아에서 한국 중고 휴대전화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고가에 판매된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 2014년 4월 중고 휴대폰 판매업자인 피해자 B씨에게 “휴대전화를 가져와서 팔면 많은 수익이 남는다. 내가 도와줄테니 수고비를 챙겨달라”고 이야기 했다.

실제 B씨는 휴대전화 300대를 가지고 출국했고, 이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꽤 괜찮은 수익을 얻었다. 이후 A씨는 B씨에게 “이왕 고생할 것이라면 1000대 정도를 갖고 오라”고 재차 권유했다. 이어 캄보디아 현지인들과 공모해 B씨가 가져온 휴대전화 등을 가로챌 계획을 세웠다.

같은 해 7월 실제 B씨는 지인들과 1억6000만원 상당의 스마트폰 950여대를 가지고 출국했고, A씨는 캄보디아인 4명과 함께 총을 들고 B씨를 협박해 스마트폰을 훔쳐갔다. B씨와 그 일행이 갖고 있던 1만5000달러(한화 약 16000만원 상당) 등도 함께 가져갔다.

이 사건의 쟁점은 피해자들을 협박해 물건을 빼앗은 행위를 특수강도죄로 볼 수 있는 지 여부였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불법 밀반입 물품에 대해 정상적인 검문형식으로 압수하는 것처럼 가장했기 때문에 피해자를 협박해 물품을 빼앗은 것이 아니다. 특수강도죄가 아니고 사기죄만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범인 캄보디아인들은 신분증 제시, 통역 등 어느 나라에서나 기본적으로 검문을 위해 취할 만한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고, 휴대전화와 금품 외에도 피해자들이 소지하고 있던 옷가지 등 일반 소품까지 가로 챈 뒤 피해자들을 보내줬다”며 “이들이 정당한 검문절차를 빙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상황을 종합했을 때 정상적인 검문절차인 것처럼 속여 재물을 편취했다거나 피해자들이 착오에 빠져 재물을 가져가는 것을 용인했다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 등이 행사한 협박의 정도는 피해자들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여서 특수강도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서도 “피고인은 치안이 상당히 열악한 외국에서 총기를 휴대한 현지인들과 합동해 피해자들의 재물을 강제로 빼앗았다. 범행 도구와 수법, 위협의 정도 등을 볼 때 피해자들이 상당한 공포감과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 등의 검거를 위해 소요된 비용 등을 감안하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회복된 피해는 사실상 없는 점, 피해자들과 합의하지 못한 점, 피고인에게 집행유예 전과와 다수의 벌금형 전과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