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8일 공매도 공청회 개최···'재개→금지'로 금융당국 선회 유력
비공개 토론회 예정···'기울어진 운동장' 공매도 개선안 발표 가능성
금융당국이 다음달 중순 기한이 만료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 및 여당 국회의원들이 공매도 금지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금융당국에 적지 않은 압박이 가해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공매도 금지 기한을 연장하더라도 현행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을 고치지 않고 내년 이후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결과적으로 시간끌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이 내놓을 공매도 시스템 개선 방안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 공매도 금지 연장 ‘유력’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9월15일 효력이 만료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의 연장 여부는 9월8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한국증권학회 주최로 열리는 공매도 제도개선 공청회 이후 발표될 것이 유력하다. 한국증권학회 관계자는 “8일 열릴 공정회에 참석할 교수들을 모집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공청회는 행정작용에 앞서 당사자 및 전문가 등이 공개적인 토론을 펼치는 의견수렴절차를 말하는 데 통상 내부적으로 결정된 행정결정이 내려진 이후 여론수렴과정을 거쳤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 치러지는 경우가 많다.
앞서 금융당국은 내부적으로 코스피 시가총액상위 20위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안을 염두해두고 지난 13일 은행회관에서 공매도 관련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결국 해당 행사는 금융당국이 개최하는 공청회가 아닌 한국거래소가 주최하는 토론회로 행사 주체와 양식이 바뀌어 진행됐다.
한국거래소의 공매도 토론회를 전후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추가로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됐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주식시장은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높은 시장이기에 각종 공매도 관련 불합리한 제도를 없애야 한다”며 “공매도 금지 조치를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추가 연장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박용진, 홍성국, 김병욱 의원 등이 공매도 금지 연장 및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발언과 함께 관련 법안 입법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직 부처 간 조율이 안 됐지만 여러 경제상황을 봐서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조금 연장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금융위원회와 여러 부처의 의견을 수렴해 공매도 금지 연장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토론회에 참석했던 찬반 패널들을 비공개로 초청해 공매도와 관련된 의견을 다시 듣기로 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주변 압박에 공매도 재개 관련 금융당국 내부 결론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 ‘공평한’ 공매도 제도 만들어질까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조치 연장 발표와 함께 현행 공매도 제도 개선안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공매도 제도가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제도로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꼽는 대표적 문제점은 대주 접근성의 차이, 무차입 공매도의 횡행, 시장조성자 제도 등이다.
우선 대주 접근성과 관련해 개인투자자들이 실제로 빌릴 수 있는 공매도 종목과 수량에 제한이 많다는 지적이 그치지 않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이용하려면 전문투자자 자격요건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자격을 확보하더라도 증권사별 신용을 통해 공매도 주식을 빌려야 하는 제약이 따른다. 한국증권금융에 따르면 공매도 금지 조치 직전인 올해 3월13일 기준 개인이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린 종목은 409개, 대주잔액은 133억원에 불과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중앙집중적 공매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17년 기준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비중은 23.5%에 이른다. 반면 국내는 지난해 공매도 거래액 103조4936억원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1.1%에 불과하다.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횡행하고 있는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과 처벌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무차입 공매도는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적발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없다.
처벌 수위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차입 공매도 적발시 금융당국은 건당 최대 1억원의 과태료 처분을 하고 있다. 이를 놓고 무차입 공매도를 통해 얻는 부당이득이 적발시 내야 하는 과태료 금액보다 월등히 많기에 사실상 무차입 공매도를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무차입 공매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불법 공매도에 대해서는 최고 20년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시장조성자 제도 역시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조성자는 거래가 뜸한 종목에 매도·매수 양방향 호가를 내 거래를 도와주는 제도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조성자가 공매도 금지조치에도 예외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사실상 공매도 금지 조치의 ‘구멍’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시장조성자가 업틱룰 적용을 받지 않기에 시세조종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틱룰은 공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막기 위해 직전 체결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를 입력하지 못하게 하는 시스템이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 기간은 연장될 가능성이 높고 금융당국은 개인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는 방안을 함께 내놓을 것”이라며 “개인의 공매도 접근 방법을 개선하는 방법은 미국처럼 무차입 공매도를 허용하는 방법과 일본처럼 국가에서 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이 존재하지만 어떤 방향의 정책이 나올지는 아직 불확실하고 정책 방향에 따라 공매도 금지 기간이 좀 더 길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