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측 주장 ‘기업 존립 위기 우려’ 인정 안 돼”

기아차 노조원들이 20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기아차 노조원들이 20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상여금과 중식대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노동조합이 기아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노조가 사실상 최종 승소했다. 재판부는 직원들이 받은 정기 상여금 등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기업 존립에 위기될 수 있다는 사측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기아차 노조 소속 약 300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조는 2011년 10월 상여금 등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수당·퇴직금을 정해야 한다며 법정 제수당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청구 금액은 원금 6588억원에 이자를 포함하면 1조원이 넘었다.

이 소송의 쟁점은 노사 합의에 따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한 뒤 근로자들이 이를 번복할 경우 민법상 신의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였다. 신의칙이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해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민법 제2조는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 측은 노조 측 청구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주기 때문에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가 사용자에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해 신의칙에 위반되는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이 사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법정수당액의 규모, 피고의 당기순이익과 매출액 등 규모, 피고가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 피고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청구로 인해 피고에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1심과 2심의 판단이 유지된 것이다.

대법원은 또 상여금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된 사정 등을 종합했을 때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은 1·2심에서 2만7000여명의 노동자가 참여했다. 그런데 2심 판결 뒤 노사가 통상임금 지급에 합의하면서 대부분 소가 취하됐다. 상고심은 소송을 취하하지 않은 노조원 약 3000명에 대해서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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