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대 통근용 전기차로 제격
소음·가속력·서스펜션·코너링 등 밸런스 잘 맞춰

르노삼성자동차가 전기차 ‘조에’를 국내 출시하며 전기차 보급 확대를 이끈다. 올해 상반기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 불을 지핀 가운데, 르노삼성은 2000만원대 저렴한 가격의 조에를 통해 전기차 시장 규모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조에는 유럽에서 2012년 첫 선을 보인 이후 올해 6월까지 21만6000대가 팔리며 유럽 전기차 시장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3만7540대를 판매하며 테슬라 모델3를 제치고 1위를 유지했다.

20일 조에를 시승하면서 유럽 명성 그대로인지 직접 체험해봤다. 이날 시승구간은 서울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북악스카이웨이 팔각정을 경유해 다시 돌아오는 20km정도 되는 구간이었다. 시승구간이 길지는 않지만 도심주행과 언덕길 위주로 구성돼있어 도심형 성능을 체험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 사진=르노삼성
/ 사진=르노삼성

조에 크기는 작은 편이다. 전장 4090㎜, 전폭 1730㎜, 전고 1560㎜, 휠베이스 2590㎜로, 코나EV보다 전장 90㎜, 전폭 70㎜, 전고 10㎜, 휠베이스 10㎜ 정도 작다.

디자인은 무난하면서 심플하다. 딱히 특색있는 부분은 없으며 곡선과 직선이 적절히 어우러졌다. 날렵함 보다는 부드럽고 매끄러운 이미지가 강하다. 전면부 중앙에 자리잡은 르노 로장주 엠블럼은 브랜드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전체적인 중심을 잡아준다.

특이한 점은 뒷좌석 손잡이가 도어쪽이 아닌 유리창에 있다는 것이다. 창문 아래 부분에 삼각형 모양의 조작부가 있어 누르면 손잡이가 나오고, 이를 잡아서 여는 방식이다.

운전석에 앉아보니 생각보다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밖에서 볼 때보다는 공간 여유가 있었다. 디스플레이와 공조부분은 XM3와 거의 동일하다.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공조 기능은 디스플레이 아래 버튼 방식으로 따로 배치했다.

조에 운전석 모습. / 사진=박성수 기자
조에 운전석 모습. / 사진=박성수 기자

뒷좌석은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넉넉하지도 않았다. 앞 좌석을 뒤로 밀었을 경우에는 성인남성이 타기에는 레그룸이 비좁았다. 대신 트렁크 공간은 생각보다 커서 짐을 싣기에 충분했다.

뒷좌석. / 사진=박성수 기자
뒷좌석. / 사진=박성수 기자

주차장을 나와 도심에 들어서니 조에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경쾌한 핸들링과 가속능력은 물론 정숙성도 뛰어났다. 다른 전기차에 비해서도 소음을 잘 잡아준 느낌이다. 특히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엔진소음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풍절음이나 노면소음이 신경 쓰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조에는 시끄러운 도심을 주행하면서도 외부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었으며, 노면 소음도 최소화했다.

트렁크 모습. / 사진=박성수 기자
트렁크 모습. / 사진=박성수 기자

북악스카이웨이를 오르는 언덕길에서는 가속력과 코너링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소형차 답지 않은 안정감이 있었다. 평소보다 빠르게 과속방지턱을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차가 덜컹거리는 느낌이 크지 않았다.

내부 모습. / 사진=박성수 기자
내부 모습. / 사진=박성수 기자

경유지를 지나 북악스카이웨이를 내려오는 길에는 B-모드를 켜고 주행했다. B-모드는 일반적인 전기차의 회생제어모드에 해당하는 기능으로, 기어레버를 아래로 당기면 일반주행모드와 번갈아가면서 사용할 수 있다. 경유지 부근에서 남은 주행거리는 253km였는데 10분 동안 내리막길 주행 후에는 주행거리가 269km로 16km 정도 늘어났다. 또한 일반 전기차의 회생제어모드의 경우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급제동하면서 꿀렁거림이 심한데 비해 조에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조에는 기어 레버 조작을 통해 주행모드(D)와 회생제어모드(B)로 변환이 가능하다. / 사진=박성수 기자
조에는 기어 레버 조작을 통해 주행모드(D)와 회생제어모드(B)로 변환이 가능하다. / 사진=박성수 기자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신차에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반자율주행기능이나 다소 투박한 인테리어 등은 아쉬울 수 있다. 하지만 이 차 가격대를 고려한다면 감내할 만한 수준이다.

조에 판매가격은 3995만~4395만원이다. 여기에 각종 보조금을 받을 경우 2000만원대 구매가 가능하다. 서울시 기준 판매가격은 2809만~3209만원이며, 전기차 보조금이 가장 많은 충청남도에서는 2259만~2759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도심 주행을 주로 하면서 통근용으로 이용할 차를 원한다면 저렴한 가격에 낮은 유지비의 조에는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승 전 주행거리(위)와 시승 후 남은 주행거리(아래). / 사진=박성수 기자
시승 전 남은 주행거리는 293km였으며 시승을 마치고 난후에는 270km를 기록했다. / 사진=박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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