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악재에도 이마트·롯데마트, 베트남 출점 가속화
이마트, 온·오프라인 통합 점포 계획···롯데마트는 신선식품 배달 확대

출점 규제, 매출 하락 등 국내에서 오프라인 영업에 제동이 걸린 대형마트가 베트남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는 베트남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속 양 사가 택한 다른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유통업계에게 베트남은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다. 전체 인구가 1억명에 육박하는 베트남은 인구 절반가량이 청년층이고, 경제 성장률은 6.8%에 달해 국민들의 구매력도 높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상품·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은 물론, 국내 시장보다 유통 관련 규제 벽이 낮아 사업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올해 2분기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마트와 이마트의 성적표가 극명하게 갈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해외 할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4% 감소한 3610억원으로 기록됐다. 이 중 베트남 부문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전년 동기(70억원) 대비 55.9% 가까이 하락했다. 매출은 -27.4%를 기록했다. 베트남 정부가 코로나19 해외 확산 방지를 위해 외출 자제를 권고한 이후 주요 상업시설들이 임시휴업 또는 영업시간 단축을 시행하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실제 롯데마트는 베트남서 한 달 이상 문을 닫아 사실상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했다.

이에 반해 이마트는 같은 기간 베트남 사업 매출 1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4% 늘었고, 영업손실은 2억원으로 적자 폭을 줄였다.

이같이 베트남 시장에서 양사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해외 사업 전개 방식에 있다. 롯데마트는 선택과 집중으로 내실 경영에 방점을 찍었고, 이마트는 외형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마트 베트남. / 사진=롯데쇼핑
사진=롯데쇼핑

우선 롯데마트는 현재 베트남에서 14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하반기 실적 반전을 꾀하기 위해 해외사업 재편을 계획하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쇼핑몰 라투플라자에 입점해 있는 롯데마트 매장 영업을 종료시켰다. 다만 선택과 집중을 전략으로, 베트남 현지에 2023까지 50개로 매장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또 베트남 신규 매장은 점포 크기를 3300㎡ 안팎의 중형 점포로 꾸릴 예정이다. 3분기에는 베트남 내 중형 점포 한 곳을 오픈할 계획이다.

아울러 롯데는 베트남 내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닷브이엔(lotte.vn)’과 롯데마트 베트남 온라인 플랫폼인 ‘스피드엘닷브이엔(speed l.vn)’으로 통합했다. 스피드L은 현지 롯데마트 점포에서 신선식품 등을 근거리 배송하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상품 배송 날짜와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특히 현지에는 없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베트남 현지 고객 호응이 높은 편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하반기 베트남 내 롯데마트 신규 출점 계획은 있으나, 코로나 변수로 구체적인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이마트의 베트남 매장은 현재 1개다. 2015년 말 100여명의 인력을 파견해 베트남 본부를 설립했다. 이마트는 2022년까지 베트남법인에 2900억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올해 2호점 출점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까지 5~6개 매장을 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마트는 인력부터 300명가량의 점포 인력 가운데 의사 결정권자인 점장은 물론 직원의 95% 이상을 베트남 현지인으로 구성했다. 이는 과거 실패했던 중국 진출과의 정반대 전략이다. 앞서 중국에 진출했을 당시 이마트는 한인들이 모여 사는 곳에 오픈해 현지인들에게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

또 이마트는 온·오프라인 통합 점포를 위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베트남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모바일 서비스가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이마트는 기존 베트남 매장서 5㎞ 이내 1시간 배송을 30분으로 단축하기 위한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대형마트의 잇따른 베트남 진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베트남에 진출한 성공사례가 없고, 과거 중국 사드와 비슷한 대외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국내외 상황이 열악해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의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외에도 해외 사업은 현지 사정에 따른 변수가 워낙 많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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