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재택근무 선제적 전환···제조사도 속속 선별적 재택근무 시행할 듯
현금 확보 움직임도 가속 전망···“사내유보금, 여유자금 아닌 대비성 자산”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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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이다. 수도권 교회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발발한 집단감염이 지역사회로 빠르게 전파되면서 방역당국이 긴장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상반기 막심한 피해를 입었던 기업들도 이번 ‘2차 유행’ 전조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SK·LG·KT 등 일부 그룹들의 계열사들이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지난 주말사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증가하고, 일부가 광화문집회에 참여했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조치였다. 네비어·카카오 등 주요 IT기업들이 지난 17일 오후부터 재택근무와 관련된 공지를 직원들에 메시지로 전달했다.

IT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재택근무로 전환한 반면, 제조사들은 다소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비쳤다. 이날 제조업체 직원들은 이날 대부분 정상출근을 감행했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경우 업무 특성 상 재택근무 실시가 여의치 않은 데, 수도권 주재 사무직원들을 대상으로만 재택근무를 실시할 경우 역차별 논란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제조업계 관계자는 “사기문제도 있는 까닭에 쉬이 움직이기 힘든 내부사정이 있다”면서 “다만 이번 재유행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대응 2단계로 상향한 정부가 재차 3단계로 격상시킬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내부적으로도 재택근무 전환여부와 관련된 논의를 이어가는 중이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수도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생산라인 내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확진자 또는 접촉자가 발생할 경우 일시적으로 공장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게 되는 데 이에 따른 손실이 크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개인별 방역에 철저할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회사 출입 과정에서의 발열검사 등도 한 단계 격상시킨 상태다”고 답했다.

실제 LG화학의 경우 이날 오후 수도권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순환 재택근무’를 결정했다. 19일부터 30일까지 △여의도 트윈타워·IFC △마곡 △광화문 △과천 △오산 소재 근무자들을 대상으로 개인당 2회씩 재택근무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회사 측은 각급 관리자들에 직원들이 카페 등 대중접촉이 이뤄지는 장소에서의 재택근무를 하지 않도록 당부했다.

주요 대기업의 자산보유고를 높이려는 움직임도 가속화 될 전망이다. 올 상반기 주요 기업들은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실적 감소를 맛봐야 했다. 업종과 업체별 사정에 따라 다소 상이하지만, 최근 실시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대체적으로 올 하반기 점진적인 수요회복을 점치며 실적개선을 자신했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유행이 현실화 될 경우 기업들의 하반기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올 상반기 국내 대기업들은 이른바 ‘사내유보금’ 확보에 열을 올렸다. 사내유보금이란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합쳐놓은 개념이다. 회계전문가들은 이들 두 개념을 철저히 구분 짓는다. 정식 회계용어가 아니지만 사용하지 않고 남겨놓은 자본금 그리고 이익금 중 주주배당 등을 통해 분배한 후 잔여 이익금을 흔히 사내유보금이라 한다.

올 초 코로나19 확산 당시 경기위축을 대비해 ‘여력’을 쌓는 데 총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사옥 등 부동산자산이나 비주력사업 등을 정리하면서 현금을 축적했다. 장기불황으로 이어질지 모를 상황에 발맞춰 계획된 투자를 단행하면서도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됐다. 코로나19가 재차 확산될 조짐을 보이며, 기대와 달리 수요회복 역시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 같은 기업들의 현금축적 움직임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의 현금보유고는 여유자금이 아니라 대비성 자산”이라면서 “코로나19가 상반기 때와 같이 대규모로 확산될 경우 유통·호텔 등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의 고충이 확대되고, 제조업체들 역시 상당한 부담감을 안게 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개별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상당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또한 “언제든지 대유행이 재발할 수 있다는 인식이 더해져, 기업들의 현금 확보 노력도 강화될 것”이라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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