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거래정지 이후 한국거래소와 소송전 끝에 거래재개
감마누 소액주주, 거래소 상대 손해배상 소송전 예고
'상장폐지 위기', 신라젠·코오롱티슈진도 반사이익 얻을 가능성
상장폐지 직전까지 몰렸던 코스닥 상장사 감마누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증시에 복귀했다. 한국거래소는 감마누 소액주주들에게 수백억원대 손해배상을 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다른 기업들 역시 감마누의 승소를 계기로 적극적인 소송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액주주가 광범위한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은 주주들이 뭉쳐 한국거래소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 ‘상장복귀’ 감마누, 주주 소송전 예고
18일 감마누는 시초가로 6100원을 형성한 이후 2.30%(140원) 오른 6240원에 장을 마쳤다.
한국거래소는 사상 초유의 상장폐지 무효소송 승소 사례인 감마누의 시초가 산정방식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다 2018년 3월23일 거래정지 당시 가격인 6170원을 기준으로 50~200% 범위 내에서 시초가가 결정되는 안을 택했다. 신규상장에 준하는 방식으로 거래재개를 결정한 것이다.
앞서 감마누는 2018년 3월 외부감사인으로부터 2017년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한국거래소는 2018년 3월 23일 감마누 거래를 정지시켰고 6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하지만 디지털 포렌식 등으로 시간이 소모되면서 감마누는 기한내 감사의견 ‘적정’을 받지 못했다. 감마누는 당시 감사인의 요구사안을 맞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한국거래소에 개선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한국거래소는 감마누에 대해서만 특별히 기한을 연장해줄 수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감마누는 결국 그해 9월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고 그해 9월28일부터 10월10일까지 정리매매가 시작됐다. 하지만 감마누는 법원을 통해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정리매매는 5거래일째인 10월5일에 중단됐다. 당시 감마누 주식의 최종거래 가격은 408원으로 시가총액의 94%가 줄어든 상태였다.
이후 감마누는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상장폐지결정 무효소송을 냈다. 지난해 1월에는 2017회계연도에 대한 감사보고서 ‘적정’의견을 받으면서 상장폐지 사유도 해소했다. 결국 감마누는 지난해 8월 열린 1심과 올해 3월 열린 2심, 그리고 지난 13일 열린 대법원 최종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정리매매 당시 헐값에 주식을 팔았던 감마누 소액주주들은 한국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감마누 주권 거래재개로 한국거래소의 손해배상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다. 거래 재개로 감마누 주주들이 입었던 피해규모가 주가라는 구체적 수치로 입증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 상장폐지위기 종목, 기회 될까
이번 감마누의 증시 복귀를 계기로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들에 대해 쉽사리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가 법원 소송에서 패소하게 되면 감마누처럼 피해보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거래소는 상장사의 상장폐지에 대해 ‘형식적’과 ‘실질적’ 사유로 구분해서 운영하고 있다. 미리 정해진 기준에 해당하면 형식적 사유이고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그 밖에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폐지를 할 경우가 실질적 사유다. 형식적 사유는 감사보고서 ‘의견거절’이 대표적이고 실질적 사유는 배임, 횡령, 주요 상장서류 위조 등이다.
감마누의 경우 형식적 사유에 해당했다. 형식적 사유의 경우 한국거래소는 기존에는 바로 상장폐지, 혹은 6개월 안에 재감사를 거쳐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갔지만 지난해부터는 2년 연속 비적정 감사의견시 상장폐지하는 방향으로 제제를 완화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감마누 사례를 계기로 한국거래소가 형식적 상장폐지 규정을 좀 더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심사에서도 마찬가지로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이 이전보다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상장적격성 실질심사의 경우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계속성 여부에 초점을 맞춰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주관적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특히 적자기업이 대부분인 바이오기업의 경우에는 기업의 계속성에 대한 판단을 놓고 논란이 많은 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일각에서는 감마누의 증시복귀로 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있는데 소액주주들이 많은 적자 바이오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말 기준 신라젠 소액주주는 17만명,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는 6만명에 이른다.
앞서 신라젠은 전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인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사유가 발생하면서 올해 5월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횡령 규모는 자기자본의 344%인 1947억원에 이른다. 이후에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의 횡령 및 배임 혐의가 추가됐다.
신라젠 소액주주들은 집단 시위에 나서며 한국거래소에 주식 거래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6일 열린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신라젠의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한국거래소는 9월 열리는 신라젠 주주총회 이후 거래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10월에는 상장 과정에서 인보사 관련 허위서류를 제출한 코오롱티슈진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심사도 이뤄진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차 심사인 기업심사위원회에서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으나 2차 심사인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는 개선기간 12개월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