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시설 영업 진행, 다수 집결 모임 자제 권고···어정쩡한 2단계 비판 대두
전문가들 “거리두기 2단계도 위험” 조언···현실적 지침 필요
최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됨에 따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서울과 경기 지역에 한정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위험하다며 단계를 상향 조정하는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8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발생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35명, 해외유입 사례는 11명 등 총 246명으로 집계됐다. 총 누적 확진자 수는 1만5761명(해외유입 2662명)이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 14일부터 계속 세 자릿수(103명→166명→279명→197명→246명)를 기록하면서 닷새간 확진자만 총 991명으로 집계됐다.
235명 지역발생 확진자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 131명, 경기 52명 등 두 지역에서만 183명이 기록됐다. 그 밖에는 인천 18명, 부산 7명, 대구와 전북 각 6명, 충남 4명, 광주와 경북 각 3명, 울산과 강원 각 2명, 충북 1명 등이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감염 확산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방대본에 따르면 전날 정오 기준으로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70명이 추가돼 누적 319명이 됐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 16일 0시부터 적용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완전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가 16일 서울과 경기 지역에 한정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지만, 핵심 조치가 ‘강제’가 아닌 ‘권고’ 수준에 머물러 사실상 1.5단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특히 기존 고위험시설로 분류한 클럽 등 유흥주점, 단란주점, 노래연습장, 뷔페식당 등 12개 시설 및 업종에 영업을 허락했고,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이 집결하는 모임과 행사 자제를 권고한 점이 도마에 올랐다. 이같은 조치는 완전한 2단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감염병 전문가들은 조속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전한 2단계나 또는 3단계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쓴 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4일 정부 발표 자료를 보고 처음부터 완전한 2단계 조치를 했어야 했다고 생각했다”며 “이날 강력한 조치가 발표됐어야 광복절과 주말 집회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0시가 아닌 15일 0시를 기준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전한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면 광복절 집회를 사전 막을 수 있는 근거가 돼 현재 혼란을 미연에 방지했을 것이라는 이 교수 주장이다. 이 교수는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진자들로부터 지방으로 확산이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정부가 강하게 할 때는 강하게 해야 하는데 눈치를 봤으며, 이제는 완전한 2단계로 해도 늦었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그동안 7월 말이나 8월 초 휴가 이후가 걱정이라고 했는데 현실이 됐다”며 “정부가 미사여구를 동원해 외식과 여행을 권장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권고에 그쳐 1.5단계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3단계로 올려야 한다”며 “수도권의 다양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하고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정부는 향후 1-2일 상황을 보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 올려야 한다”면서 “실제 확진자는 발표되는 숫자의 10-100배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무증상 감염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확진자가 숨어있을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 교수는 “예를 들어 카페는 포장판매만 하는 등 고위험시설에 대한 정부의 현실적 지침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강력하게 하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수그러들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 숫자도 중요하지만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코로나19 전파 경로를 확인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는 “감염병 전문가들이 강력한 정부 조치를 희망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면서 “정부가 경제 상황까지 고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현재는 강력한 방역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