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13일 임원인사 단행···신동빈 회장 오른팔로 불렸던 황각규 부회장 퇴진
황 부회장 “변화 필요한 시점” 용퇴 이유 밝혀···업계선 계열사 실적 악화 탓이라는 시선도
후임으로는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 선임
황각규 롯데그룹 부회장(롯데지주 대표이사)이 사임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아래 투톱 2인자였던 황각규 부회장, 송용덕 롯데그룹 부회장 체제가 깨진 것이다. 황 부회장 후임으로는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가 선임됐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송용덕 부회장-이동우 대표라는 새로운 삼각체제가 완성됐다.
13일 롯데지주는 오후 4시 임시 이사회 결과와 관련, “황각규 부회장이 그룹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하여 경영 일선에서 용퇴했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황 부회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젊고 새로운 리더와 함께 그룹의 총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 부회장은 롯데지주 이사회 의장으로서의 역할은 계속하여 수행할 예정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황각규 부회장의 퇴진을 경질성 인사로 보는 시선도 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의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황 부회장에 지웠다는 것이다.
실제 롯데쇼핑은 2019년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 대비 역성장을 기록한데다, 올해 상반기에도 코로나19 타격으로 백화점·할인마트 등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대산공장 폭발사고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0.5% 감소하기도 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사실상 경질성 인사로 봐야 한다”면서 “그룹의 유망 사업이었던 롯데온이 현재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등 롯데쇼핑부터 케미칼까지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 이에 대한 책임을 황 부회장이 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그룹은 갑작스러운 이번 인사에 대해 “미래 대비를 위해 새로운 인물을 발탁하고 그룹의 미래성장동력 발굴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간 공고했던 황각규 부회장의 원톱체제는 롯데그룹이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던 지난해 12월 깨졌다. 호텔&서비스BU장을 맡아왔던 송용덕 부회장이 롯데지주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실상 황 부회장 원톱이었던 2인자 자리가 황-송의 투톱 체제로 재편되면서다.
롯데에 40년간 몸 담은 황 부회장은 과거 소진세 현 교촌에프앤비 회장(당시 롯데 정책본부 대외협력단 단장)과 함께 투톱 2인자 체제를 이끌었다. 같은 해 12월 소 회장이 롯데그룹을 더나게 되며 황 부회장 홀로 2인자 자리를 유지했다.
그러다 이듬해인 2019년 12월 정기 인사에서 송용덕 부회장이 새로운 2인자로 떠오르면서 신동빈 회장과 황-송 부회장이라는 삼각 체제가 완성됐다. 송 부회장의 등용을 두고 황 부회장을 견제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당시 롯데지주는 “주요 역량 집중 및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서”라고 설명한 바 있다.
롯데지주 신임 대표이사로는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내정됐다.
이동우 사장은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해 경영지원, 영업, MD 등을 두루 거쳤으며 롯데월드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5년부터는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를 맡아 롯데하이마트와 롯데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 및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