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 연체율 0.33%···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총여신 증가 및 상환 유예 조치 영향
“유예조치 해제 이후 연체율 올라갈 가능성 높아”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자료=금융감독원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자료=금융감독원

국내 은행들의 대출 연체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건전성 관리보다는 정부 주도로 이뤄진 대출 상환 유예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추후 연체율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원리금 1개월 이상 연체 기준)은 0.33%로 5월 말(0.42%)보다 0.09%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6월 말(0.41%)에 비해서도 연체율은 0.08%포인트 낮아졌다.

국내 은행들의 연체율이 0.33%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금감원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최저치다.

6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은 1조1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000억원 감소한 반면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2조8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조원가량 늘어나면서 연체율 하락세를 이끌었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그러나 주기적으로 연체채권을 정리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이번달 연체율은 눈에 띄게 낮은 편이다. 그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대출 상환 유예 조치가 자리 잡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납입 유예, 원리금 상환 유예 등 금융지원 조치를 단행했다. 대출금 상환이 미뤄지면서 표면적으로 연체율이 지표에 반영되지 않게 되자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 셈이다.

은행권에서는 6월 연체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착시효과일 뿐이며, 유예조치가 해제된 이후에는 대출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들을 중심으로 부실대출이 발생하면서 연체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 대출이 늘어나면서 연체로 잡히는 여신 대비 총여신이 증가해 연체율이 많이 낮아졌다”며 “상환 유예 조치에 따라 당장은 연체된 여신이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빠르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중 연체율 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금융지원으로 이미 대출 규모가 크게 증대된 상황에서 정부가 상환유예 조치를 재연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은행권의 고민은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금 상환 유예는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와 연관돼 있으니 은행에서도 재연장에 공감대가 형성돼있었지만 이자상환 유예 연장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당국에 보냈다”며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기업이라면 원금을 갚지 못할 수는 있지만 영업활동을 하면서 이자는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자상환까지 못하는 기업은 유예조치가 끝난 이후에도 대출을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미 한차례 금융지원으로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상 대출의 연간 목표치를 상반기에 다 넘긴 상황”이라며 “상환 유예 조치를 한번 더 연장하면 그 기간 동안 대출 부담이 더 쌓일 텐데 경기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유예조치가 해제됐을 때 차주들이 대출을 제대로 상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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