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형강·건축자재 등 가격인상 시작···‘요지부동’ 車강판 ‘난색’ 조선용 후판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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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광석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 유래없는 분기적자를 기록한 포스코와 ‘턱걸이 흑자’를 기록한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하반기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13일 철강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철광석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톤당 120달러에 육박했으며 내주 중 이를 웃돌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해 7월 120달러 선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점을 기록했던 철광석 가격의 신기록 경신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품가격 인상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고객사들이 이를 쉬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여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다. 전방산업의 수요부진에 따라 철강수요가 급감했다. 이 경우 철광석 수요도 감소하게 돼 시세가 하락해야 한다. 가격반등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인했다. 중국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경제부흥의 일환으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수요가 대폭 증가하게 된 것이다.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공급이 이에 못 미치며 가격 폭등을 부추겼다. 코로나19가 호주·남미 등 주요 철광석 생산지에서 급속도로 확산되며 주요 광산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전체 생산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엽부터 속속 브라질 발레 광산들이 문을 열었지만 가격 상승세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130달러 선을 돌파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업계에 팽배한 상황”이라면서 “남미의 코로나19 관련 방역이나 확산이 상당히 불안정해 언제 또 문을 닫을지 모른다”고 시사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중국과 호주가 무역분쟁을 단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더 큰 우려도 잔존한 상황”이라 덧붙였다.

중국과 달리 수요회복 등이 더디게 진행 중인 국내 철강업계는 이달부터 속속 제품가격 인상을 서두를 계획이다. 이미 봉형강 및 건축자제 등 제품들은 인상요인이 반영돼 판매가가 높아졌다. 문제는 수익성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강판과 조선용 후판 등이다. 일반적으로 각 철강업체들은 고객사와 합의를 통해 가격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자동차강판의 경우 현대자동차그룹이 요지부동이란 후문이다. 작년 말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포스코와 강판가격 인상에 합의했으나 이 때도 현대차만큼은 인상에 거부감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현대차를 핵심 고객사로 삼고 있는 그룹 계열사 현대제철의 경우 제품가격에 원가반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지적이 줄곧 나올 정도다.

조선용 후판도 마찬가지다. 철강업계는 최근 수년 동안 조선용 후판 가격인상을 자제했다. 해양플랜트 대규모 손실 등으로 촉발된 조선업계의 부침현상이 지속돼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난해 철광석 가격이 급속도로 상승하면서 일어났다. 철강업계가 미반영된 인상분 등을 요구하자 조선업계가 이에 난색을 표하면서 양 업계 간 신경전으로 번진 상태다.

모 철강업체 관계자는 “고객사들을 위한 배려가 오히려 독이 됐다”면서 “금년 상반기 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최악으로 치닫은 상황에서 제품가격 인상 없이 철광석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경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고객사들도 부디 제품가격의 현실적인 인상요인 반영에 공감해줬으면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철강업계의 주요 고객사들은 이번 철광석 가격 인상과 관련해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가격협상은 최고경영자(CEO) 직속 별도 기구에서 일임하는 까닭에 내부 분위기 등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일본산 철강제품들이 싼 가격에 유입되고 있어 국내 철강업계가 바라는 수준의 인상은 힘들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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