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좁은데다 규제에 막혀서 산에다 설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
태양광 발전 강국들과 비교하면 일조시간도 풍부한 편 아니어서 정책적 뒷받침 시급

8일 오후 충북 제천시 대랑동 태양광 설비가 산사태로 파손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8일 오후 충북 제천시 대랑동 태양광 설비가 산사태로 파손돼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계속되는 폭우로 전국 각지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인명피해를 야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산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됨과 동시에, 태양광 발전을 하는데 있어 열악한 국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번 기록적 폭우로 산사태 및 홍수로 인한 피해가 잇따르면서 정치권은 서로 상대방에 대한 책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정부여당에선 오래된 4대강 문제를 다시 꺼내들고 나왔고, 야당에선 산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들이 산사태의 원인이 됐다고 반격하고 나섰다. 결국 정부가 실태조사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상황이다.

사상 첫 50일 동안 장마가 이어지면서 태양광 발전과 관련해 열악한 국내 현실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우선 태양광 패널을 산에 지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정부가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늘리기로 하면서 전국 각 지자체들은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데 여념이 없는데, 산지에 설치된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발전이 발달한 중국, 인도 등 국가들은 사막 등 넓은 지역에 대규모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 허나 한국은 땅도 좁고, 그 좁은 땅 중 70% 이상이 산지다. 어쩔 수 없이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태양광 발전시설을 산에 설치하는 것이 꼭 지리적 요건 때문만은 아니다. 규제를 피하다보니 울며겨자 먹기로 산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안 그래도 땅이 좁은데 지자체 조례들을 보면 민가, 도로 등으로부터 적게는 100미터, 많게는 1킬로미터 안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 못하게 돼 있다”며 “결국 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산에 설치하면 토목도 해야 하는 등 비용이나 노력도 더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네덜란드 등 땅이 좁은데 태양광을 활용하는 국가들과 같이 건물이나 유휴부지, 수상(水上) 등을 활용하도록 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태양광 발전은 일조시간 및 일조량도 중요한데 안 그래도 한국은 일조량 측면에서 태양광을 하기에 만점짜리 환경이 아니다. 해외에서 태양광 사업을 하는 한 업계 인사는 “국내 일조시간은 약 3~4시간 정도”라며 “태양광 발전이 발달한 호주 등은 6~7시간까지 가고 비도 1년 내내 안오는 지역도 있다”고 전했다.

독일의 경우 우리보다도 일조시간이 짧지만 태양광 발전과 관련해 주요 국가로 꼽히는데, 그 이유는 다른 산업적 환경이 우리보다 좋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업계 관계자는 “독일 일조시간은 우리보다도 짧은 편”이라면서도 “탈석탄을 선언하고 난 후 다른 발전방식의 전기에너지의 단가가 워낙 비싸고 태양광을 통한 전기 단가는 낮다 보니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국내 환경 및 제도적 여건 등을 감안하면 정부가 태양광 발전 비중 확대 목표 등을 위해 정책을 세밀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특히 전기차 보급 대중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안정적 전기공급이 필수인 만큼, 보다 현실적인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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