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기소 안하면 정치권 및 시민단체 비판 불가피
기소하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권고 무시한 처사라는 비판 불보듯
이재용 수사가 법치와 관련한 한국사회 현주소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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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합병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여부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해당 사안은 이미 극명히 갈리는 여론전 양상이 돼 버려 어떻게 결론을 내도 검찰은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조만간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여부를 결정지을 예정이다. 일부 언론을 통해 기소유예 처분 방침을 내렸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론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게 검찰 입장이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한 지 40여일이 지났지만 막판까지 결정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허나 검찰 인사도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더 미루기 힘든 시점이 찾아왔다.

검찰로선 어떤 결정을 내리기도 난처한 상황이다. 워낙 사회적 관심이 많은 사건이다 보니 외부 개입 등 사공이 많아져 기소를 해도, 하지 않아도 화살을 피하기 힘든 운명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및 시민사회계 일부에선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시민단체들과 함께 이른바 M문건을 공개하며 이 부회장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이 흔들리지 말고 이 부회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6월엔 원조 삼성 저격수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찰이 명예를 걸고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국정농단 사태부터 이번 삼성합병 의혹까지, 이 부회장과 관련해선 그야말로 파죽지세로 수사를 벌여왔다.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주변 검사들의 의지가 반영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업 관계자는 “검찰이 삼성 수사에 왜 이렇게까지 세게 나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허나 삼성에 비판적인 이들은 검찰의 이런 행보를 응원하기 보단 여전히 반신반의했다. 과거 검찰이 ‘삼성장학생’ 논란 등 흑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한 시민사회계 인사는 검찰의 삼성 수사와 관련 “끝까지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보면 검찰은 이 부회장을 기소하지 않을 경우 정치권 및 시민사회계 등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 기소를 마냥 밀고 갈 경우에도 검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현 정부가 만든 제도다. 외부인사들로 하여금 수사계속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하게 해 검찰을 견제한다는 취지다. 강제성 없는 권고 수준이지만, 별 명분 없이 마냥 수사를 밀고가면 또 하나의 시스템을 무시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없어 그 자체로 비판은 불가피하다. 또 현 경제위기 상황 등과 관련한 비판도 일각에서 나올 수 있다.

한편 이 같은 상황이 원칙 수사를 바라보는 한국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사회에선 법과 원칙에 따르기보다 각자 서 있는 위치에서의 이해관계 및 가치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철저히 증거 및 사실관계에 기반 해서 진행해야 하는 기소가 외부 위원회 등의 영향을 받게 됐고, 또 그렇게 만든 외부위원회 결정 역시 따를지 말지 고민하는 모습이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용 기소 논란은)사회적으로 제도나 시스템에 의한 ‘객관적 정의’보다 각자의 ‘해석적 정의’가 우선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며 “이재용 부회장 건 뿐 아니라, 다른 사례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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