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트로 게임, 매출 상위권 차지
실망감 안고 떠나는 유저도 많아
최근 게임업계에 ‘뉴트로’ 열풍이 거세다. 예전에도 과거 인기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단일 게임이 인기를 끈적은 있지만, 여러 개발사의 게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다. 원작에 익숙한 3040세대는 물론 1020세대까지 사로잡았단 분석이다. 다만 이번 뉴트로 열풍과 관련해 ‘추억팔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직접 겪어보지 않은 과거를 요즘 방식으로 즐기는 것을 뜻한다. 과거에는 기존 인기 PC 온라인게임 IP를 그대로 모바일로 이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현대적인 게임시스템 도입과 더불어 그래픽은 원작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추억은 불러일으키면서, 편의성은 극대화한 셈이다.
대표적으로 넥슨의 ‘바람의나라: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리니지2M’, 카카오게임즈의 ‘가디언 테일즈’, 웹젠의 ‘뮤 아크엔젤’,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오리진’ 등을 꼽을 수 있다. 아울러 네오위즈가 최근 스팀에 출시한 도트 그래픽 PC 패키지게임인 ‘스컬’ 역시 뉴트로 게임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들 뉴트로 게임들은 현재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5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따르면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나란히 매출 1·2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바람의나라:연과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매출 3·4위를 차지하고 있다. 5위는 라그나로크 오리진, 6위와 7위는 각각 뮤 아크엔젤과 가디언 테일즈로 사실상 뉴트로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을 대다수 차지한 모양새다.
게임업계는 최근 뉴트로 게임들의 흥행 돌풍과 관련해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과거에도 인기 IP를 활용한 단일 게임이 흥행에 성공한적은 있지만 지금처럼 동시다발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경우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인기 원작 IP를 활용한 게임들의 출시 시기가 비슷하게 겹쳤다”며 “뉴트로 게임들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게임사들도 이러한 열풍에 편승하고자 출시 시기를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뉴트로 게임들의 인기 요인은 추억과 새로움으로 요약된다. 과거 원작 게임을 즐겼던 3040세대들에겐 최근 출시된 뉴트로 게임들이 원작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원작을 경험하지 못한 1020세대들에겐 오히려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 게임사는 이러한 뉴트로 열풍에 발맞춰 관련 CF를 제작해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넥슨은 최근 1990년대 초반 큰 인기를 끌었던 ‘최불암 시리즈’를 ‘V4’ 게임광고에 접목했다. 바람의나라: 연도 복고풍의 도트 그래픽과 국악을 TV 광고에 활용했다. 특히 바람의나라: 연 광고는 전 연령대의 고른 호응에 힘입어 공개 일주일 만에 유튜브 조회 수 650만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게임업계의 뉴트로 열풍과 관련해 긍정적인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추억팔이’라는 비판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특히 원작과 달리 과도한 과금 요소가 추가되면서 원작의 추억을 찾아왔던 유저들이 실망하고 떠나는 경우도 많은 상황이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경우 이미 과도한 과금 시스템으로 유저들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고 있으며, 바람의나라:연 또한 바람의나라 그래픽을 입힌 리니지M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직장인 김민수(30·가명)씨는 “과거 바람의나라를 10년 이상 플레이했었다”며 “이번 바람의나라:연 출시에 큰 기대를 갖고 게임에 접속했으나 하루만에 게임을 지웠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픽만 바람의나라일뿐 완전히 다른 게임이란 느낌을 받았다”며 “원작을 즐겼던 주변 친구들도 대부분 게임을 떠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뉴트로 열풍을 경계하기도 한다. 과거 인기 IP 활용 게임이 인기를 끌수록 새로운 IP를 만드려는 시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년 수십종의 신규 IP를 출시하던 넥슨마저 최근 신규 IP 출시를 줄이고 기존 인기 IP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결국 기존 인기 IP를 활용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며 “신규 IP 개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지금 인기를 끌고 있는 IP들도 과거에는 신규 IP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