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흐리는 자의적 해석, 혼란만 가중시켜···호도를 간파하는 방법 역시 ‘본질’

최근 ‘사흘간의 연휴’라는 표현이 뜬금없이 논란이 됐다. 오는 17일이 임시공휴일로 확정됐을 당시 사흘을 나흘로 착각한 이들이 이 같은 표기를 두고 힐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연휴는 3일 간인데, 왜 4일간이라 오기하느냐는 내용이었다.

누군가는 뭇매를 맞았고, 어떤 이들은 이 같은 해프닝을 재차 기사화했다. 일부는 과거 ‘4흘’로 잘못 오기된 기사들을 찾아내 기어코 기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읽는 사람이나, 이를 쓰는 사람이나 다소 부족한 어휘력에 기인한 단순한 혼동이었을 뿐이었다.

물론 취재한 내용을 글로 옮겨 적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자가 ‘4흘’이라 표기하고, 해당 언론사가 이를 송출한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물론 이 역시 어휘력이 부족한 일부 기자들의 문제였다. 실수라 치부하기도 힘들다. 기본적인 실력이었다. 밑천이 드러난 셈이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이른바 북침·남침 소동이다. 과거 한 설문조사에서 6·25전쟁이 북침이었는지 남침이었는지를 묻는 질의에 많은 이들이 북침이라 응답했던 것이다. 북침이란 남쪽에서 북쪽으로 침략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남침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침략함을 뜻한다. 6·25전쟁은 선전포고도 없이 북한의 기습으로 발발한 전쟁이니 남침이 맞다.

일부 정치인들은 국가기강이 흔들리는 근거라며, 종북주의 역사관이 주입된 결과라 꾸짖었다. 한국이 안타깝게도 좌경화되고 있다 주장했다. 안타까운 일임엔 틀림없으나, 이것만으로 좌경화를 운운하기엔 부족해보였다. 이번에도 역시 어휘력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북한이 침략했다는 본질은 인지했지만 이를 표현함에 있어 오해를 불러 일으켰을 뿐이었다.

일상생활에서 단어 각각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사용하는 이는 흔치 않다. 글을 쓰는 게 어려운 까닭도 이 때문일지 모른다. 어휘력은 영어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국어에도 적용된다. 혼동할 수는 있으나 전하고자 했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15일부터 17일까지 연휴가 생겼음에는 틀림없고, 북한이 38선을 넘어 쳐들어왔음에는 변함이 없다.

본질은 쉽게 희석되고 훼손된다.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보통 정치적인 색채가 가미될 때 그렇다. 제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표현을 제대로 못하면 오해를 산다. 반대편에선 이 오해를 곡해해 문제 삼고, 또 부족한 표현으로 이를 해명하려다 양쪽의 공방만 치열하게 전개된 채 본질을 잊게 된다. 본질을 정확히 아는 이들이 오해를 유도한다. 혼란을 조장하는 자들이다. 보통의 정치인이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이윤을 추구하는 본질에 외부의 입김이 개입되면서 흔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대인 경우도 있다. 기업인이란 이유로 죄질에 비해 가벼운 형을 언도받기도 한다. 법 앞에선 만인이 평등해야 한다는 법조인의 본질을 망각한 판결이란 지적이 나온다. 구치소에서 나오면서 감형 받은 기업인은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인다. 그는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다. 기업의 본질인 이윤추구가 사회적 책임보다 우위라는 점을.

본질의 간파는 어렵다. 반면, 호도는 쉽다. 호도를 간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본질이 무엇인지 재차 떠올리면 된다. 호도에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 부정한 경우가 많다. 호도가 쉬워지는 세상이다. 본질에 충실하자. 속지 않을 수 있는, 이 시대 우리가 유념해야 할 한 가지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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