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벤처투자 17% 급감···일자리는 비대면 기업 커지며 1년새 2만7000명 늘어
상반기 벤처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나 유통 등 주요 산업들도 상반기 벤처투자가 크게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타격으로 벤처캐피털(VC)업계가 주춤한 가운데, 스타트업 자체 일자리는 1년새 2만개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4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0년 상반기 벤처기업 및 벤처투자 받은 기업의 일자리 동향,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 등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 벤처투자액은 1조649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3%(△3448억원) 감소했다. 올해 1분기 투자는 지난해 1분기와 비슷했으나 2분기 투자가 3473억원 감소하면서 전체 상반기 투자가 줄었다.
업종별로는 바이오·의료, 영상·공연·음반, 유통·서비스 유망 업종이 코로나19 직격타를 받았다. 바이오 분야 벤처투자는 상반기 전년 대비 1336억원 감소했고, 영상공연도 972억원, 유통도 1075억원이나 줄었다. 투자기업 발굴 감소와 관련 산업의 침체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정보통신기술(ICT)제조, 전기·기계·장비, 화학·소재 업종은 상반기 투자가 소폭 늘었다.
비대면 분야 상반기 투자도 769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6.5%(531억원)감소했다. 그러나 상반기 전체 벤처투자 중 비대면 분야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5.4%포인트(p) 증가한 46.6%로 비대면 분야 투자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중기부는 파악하고 있다.
상반기 벤처펀드 규모는 1조1388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16.4%(2239억원) 감소했다. 상반기 결성된 펀드를 출자자별로 분석해보면 정책금융은 395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2.4%(968억원) 증가했으나 민간출자는 30.2%(△3207억원) 감소한 7429억원이다. 민간부문에서는 특정금전신탁 등 개인출자와 금융기관의 출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스타트업, 국내 4대 대기업만큼 근로자 고용했다···1년새 2.7만개 일자리 만들어
다만 1년새 스타트업이 창출한 일자리는 늘어났다. 중기부에 따르면 스타트업들은 지난해 6월말 대비 올해 상반기 2만7319명 고용이 증가했다. 국내 4대 대기업의 상시근로자 69만여명과 유사한 수치이다.
고용 증가규모와 증가율이 모두 높은 업종은 정보통신업이다. ICT기업들은 고용을 1만792명(7.7%)늘렸다. 이어 제조업(+9767명, 2.4%), 전문 과학 및 기술서비스업(+3507명, 6.8%), 도·소매업(+1744명, 12.5%) 순이었다. 이들은 전체 벤처기업 고용 증가의 94.5%를 차지했다. 정보통신업은 게임 및 4차 산업 분야의 성장, 제조업은 소재·부품·장비 분야 및 의료 분야 성장세가 뚜렷했다. 도·소매업은 비대면 상품중개업 관련 기업이 고용 성장을 견인했다.
상반기 벤처투자 받은 기업의 고용현황은 지난해 12월말보다 2470명 늘어난 2만1953명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벤처투자 받은 기업 중 대면 기업의 평균 고용 증가는 2.9명인 반면, 비대면 기업은 전체 평균 고용 증가 3.6명을 상회하는 4.3명인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상반기 투자 10억원당 고용 창출효과는 대면 기업이 +1.5명, 비대면 기업이 +2.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 대비 고용창출 효과도 비대면 기업이 더 많았다.
◇ “총알은 충분”···3분기부터 벤처투자 증가세 전망하는 중기부·VC업계
한편 중기부는 3분기부터는 벤처투자가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올해 4월 발표한 ‘벤처투자 인센티브 제도’, 8월 12일 시행 예정인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등이 VC 투자 규제를 풀어 민간에 돈이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박용순 중기부 벤처혁신정책관은 브리핑에서 “코로나 상황 속에서 투자 기업과 대면 접촉이 어려워 2분기 투자가 크게 감소했지만 VC업계의 활동 재개와 정부 정책 등에 힘입어 3분기 투자 감소폭은 2분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 정책관은 “상반기에 모태펀드 1조3000억원을 출자돼 선정한 2조5000억원 자펀드들이 속속 결성이 완료되고 있다”면서 “1조원 규모로 신규 조성하는 스마트 대한민국 펀드도 벤처투자 시장에 힘을 보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VC업계에서는 1분기는 투자 대상기업 발굴을 위한 대면 접촉이 거의 없었지만 2분기부터 정상적인 투자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VC는 투자할 스타트업을 찾을 때 대면미팅, 레퍼런스 확인, 투자설명(IR) 등을 갖는다. 이 기간은 2~3개월 정도다. 전문가들은 3분기부터는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과 VC심사역들이 다시 스타트업 대면 미팅을 하고 있고, 최근 온라인 데모데이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투자할 기업들은 찾아놓은 상황”이라며 "9월부터는 초기투자부터 후속투자까지 지난해처럼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태펀드 확대로 인해 VC들의 투자금은 충분하다. 펀드 결성이 이제 시작이라 VC들의 자펀드들이 결성되고 나면 아마 많은 투자 소식이 있을 것이다"라며 "또한 대기업 지주 벤처캐피털인 CVC가 허용되면서 기업 투자도 늘어날라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