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찰된 DF2·DF6 구역 재입찰 임박···주요 면세점, 공고 검토 후 입찰 나설 전망
임대료 인하 방안 포함이 관건···현대백화점면세점, 인천공항 구역 추가 확장할 듯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이르면 이번주 제1여객터미널 제4기 면세점 사업자 재입찰 공고를 낸다. 앞서 유찰된 DF2(향수·화장품)·DF6(패션·기타) 구역이 그 대상이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대기업 면세점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외형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번 입찰서 면세 구역의 알짜로 꼽히는 향수·화장품까지 노릴 것으로 관측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이달 중순에 롯데·신라가 포기한 인천공항 제1터미널 DF3·DF4 구역과 유찰된 DF2·DF6 구역 등에 대한 면세 사업권을 두고 재입찰에 나선다.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임대료 부담에 유찰이 발생했던 만큼, 인천공항공사는 국가계약법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재입찰 조건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로써 업체들이 원하는 매출 연동제보다 최소 보장액 방식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공항은 면세점의 핵심 사업권이다. 롯데·신라·신세계 등 주요 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의 재입찰 조건이 공개되면 참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면세점도 공고 검토 후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다.
관건은 임대료 인하다. 주요 대기업 면세점은 재입찰 공고에 임대료 인하 방식이 있어야 입찰에 뛰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임차료를 감면해주기로 했지만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9월부터는 이전과 같은 수준의 임차료를 부담해야 한다. 이 경우 인천공항공사의 재입찰은 또 다시 유찰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신세계면세점은 현재 공사 측과 롯데·신라와 같은 매출연동제 방식의 임대료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국면세점협회는 4년 만에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를 협회장으로 선출하고 출혈 원인으로 지적돼온 공항의 임차료 문제를 풀어나갈 방침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기업은 현대백화점이다.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외형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패션·기타 구역인 DF7을 확보했고, 오는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현재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인테리어를 진행 중인데, 통상 인테리어 기간은 임시매장으로 매출연동제로 임대료를 납부한다. 이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임시매장을 연말까지 유지하고 코로나 사태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만약 현대백화점면세점이 패션에 이어 향수·화장품 구역인 DF2까지 확보하게 되면 계획하고 있는 글로벌 3대 명품브랜드를 유치하는데 힘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DF2 구역은 연매출 3500억원을 내는 곳으로 DF7보다 매출 규모가 2배 넘는 알짜 사업으로 꼽힌다. 이 시나리오대로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사업을 확장하면 면세점 업계의 빅3도 노릴 수 있게 된다.
실제 정 회장은 면세점 시장의 후발주자인 점을 만회하기 위해 현대백화점면세점 외형 확장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동대문 시내점 2호점을 열었고, 인천공항에 진출하기 위해 DF7 사업권에서 가장 낮은 임대료를 써낸 롯데면세점보다 100억원가량 더 높은 금액을 써내 사업권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번 현대HCN 매각으로 확보한 약 1조원의 현금을 인천공항 사업권을 따내는 데 사용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화장품을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만큼, 신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라도 DF2 구역을 차지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선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인천공항에 이미 높은 임대료를 써내면서 진출한 바 있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추가 입찰에 뛰어들면 적자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대기업 면세점은 시내면세점 수익으로 메우고 있는데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아직 적자 1000억원 수준을 보고 있고, 이번 장기 재고 면세품 판매도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재공고가 나오지 않아 입찰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검토에 따라 인천공항 진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