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매장수 187개→165개로 축소···대형 점포 ‘강남점’도 폐점 예고
GU도 8월 중 온·오프라인 철수···에프알엘코리아 대표 교체에도 타개책 없어
유니클로·지유(GU) 등 일본 브랜드를 향한 불매운동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유니클로·GU는 작년 7월 일본 불매운동 확산될 시기 일본 본사 임원의 “한국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발언의 파장으로 일본 브랜드 중에서 유독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있다. 한 때 국내 SPA(제조·직매형) 브랜드의 강자였던 유니클로는 이제 한국에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 영향으로 유니클로는 지난해부터 점차 규모를 축소해나가고 있다. 유니클로는 불매운동이 본격 시작된 이후 187개 매장에서 174개점으로 줄었고, 이달 중 서울 강남점 등 전국 9개 매장 철수가 예정돼 있다. 해당 매장은 ▲홈플러스 울산점 ▲김해 아이스퀘어점 ▲청수 메가폴리스점 ▲서울 강남·서초점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부산 남포점 ▲대전 밀라노21점 ▲아산점 등이다. 이달 9개점이 문을 닫으면 총 165개점만 남게 된다.
특히 이번 폐점 점포에 들어간 서울 강남점은 유니클로의 대형 점포 중 하나다. 앞서 유니클로는 이달 초 강남점의 지상 2층을 정리하고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2개 층만 운영해왔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폐점 결정을 내렸다. 업계에선 이번에 유니클로가 서울 강남에 위치한 점포 2곳을 정리하는 것은 유니클로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기자는 3일 오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위치한 유니클로 매장에 방문했다. 이 곳은 2개 층으로 이뤄진 곳으로 이번 폐점 대상인 강남점과 비슷한 규모를 자랑한다. 평일 오전 시간대인 점을 감안해도 대다수의 쇼핑객들이 몰린 주변 매장과는 달리 유니클로는 ‘한산한 분위기’를 보였다.
입구에 들어서자 매장에는 직원들만 간간히 보일뿐, 손님은 거의 없었다. 불매운동의 영향인지 이 매장에는 가격인하 상품과 기간한정 할인 제품만 보였다. 손님들의 발걸음을 세일을 통해서 되돌리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매장에 있던 5~6명의 손님들은 구매보다는 구경에 가까웠다. 일부는 필요한 것만 찾아 구매한 후 빠르게 매장을 빠져나갔다.
이는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 ‘지유’도 마찬가지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위치한 지유는 지난달 31일 온라인몰 영업을 종료했고, 오프라인 매장 롯데월드몰점만 운영하고 있다. 이마저도 이달 중 폐점을 앞두고 있다.
지유 매장은 폐점을 앞두고 텅 빈 모습을 연출했다. 지유 매장 직원들은 점포 곳곳에 영업 종료를 알리는 안내 문구를 부착해뒀고 “불량품일 경우를 제외하고 7월21일 이후 구매 상품에 대해선 교환·환불이 안 된다”고 안내했다.
유니클로와 비교하면 지유 매장에는 구경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다만 8월 중으로 폐점을 앞두고 있어 매장 3분의2 정도는 물건을 다 빼놓은 채로 텅 비어있었다. 매장 안쪽에는 비치돼야할 의류나 상품들은 없고 몇 개의 마네킹만 빈 공간을 채웠다. 또 각종 의류로 가득해야할 진열대는 현재 가림막으로 가려두고 ‘폐점’ 소식만 안내하고 있다.
진열된 상품은 주로 의류와 신발, 악세서리 등 다양했다. 가격대도 영업 종료를 앞두고 거의 반값에 2만원을 넘지 않은 선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이에 손님들도 가성비 상품을 노리기 위해 매장에 들러 구경했다.
한 고객은 “혹시 여기 매장에 남은 재고가 전부냐”고 물었고, 매장 직원은 “매장 영업 종료가 얼마 남지 않아 상품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고 남은 재고들도 조만간 다 빠질 예정”이라며 “매장 입구쪽으로 재고를 남겨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잇단 유니클로·GU 매장 철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과 국내 롯데쇼핑의 합작법인이다. 에프알엘코리아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가량 감소한 9449억원에 그쳤다. 2000억원대였던 영업이익도 1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에프알엘코리아는 이사회를 열고 지난 6월 초 기존 에프알엘코리아를 이끌던 배우진 대표 자리에 정현석 롯데쇼핑 상무를 신임 대표로 변경했다. 일각에선 유니클로의 잇따른 폐점 소식에 정 대표가 아직까지 실적 악화를 타개할 묘수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뚜렷한 대책 없이 실적만 타격을 입고 있다”면서 “일본 브랜드지만 국내서 입지를 넓힐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소비 증가로 점포를 폐점하게된 것이지, 철수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추가 신규 매장 오픈 계획도 있다”면서 “지유는 매장을 정리한 후 남은 재고를 유니클로 온라인몰을 통해 지속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