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이후 운용자산 큰 폭으로 줄고 있어
성장주 장세 지속에 펀드 수익률 저조 영향
코로나19 이후 수익률 반전은 기대 요인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 하우스인 신영자산운용에서 펀드 운용자산(AUM·펀드+투자일임 기준)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몇년 간 성장주 위주의 장세가 펼쳐지면서 가치투자 전략을 내세운 펀드들의 성과가 저조했던 점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 들어서는 수익률을 회복하고 있어 반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신영자산운용의 AUM은 8조1548억원(설정원본+계약금액)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11조2377억원과 비교해 3조829억원 감소한 것이다. 펀드 설정액이 1조642억원 감소했고 연기금과 보험사 등 큰손들이 돈을 맡기는 투자일임 계약금액이 2조187억원 줄었다. 

펀드는 설정원본, 투자일임은 계약금액 기준. 자료=금투협 통계시스템. / 표=이다인 디자이너.
펀드는 설정원본, 투자일임은 계약금액 기준. 자료=금투협 통계시스템. / 표=이다인 디자이너.

신영자산운용은 가치투자자 1세대인 허남권 대표를 중심으로 가치 투자를 주요 전략으로 내세운 하우스다. 허 대표가 과거 운용했던 ‘신영마라톤 펀드’는 가치투자 불모지였던 국내 시장에서 꽃을 피우면서 2002~2018년 누적 수익률 600%를 달성하기도 했다.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신영밸류고배당’ 펀드 역시 730%가 넘는 누적 수익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이들 펀드는 큰 인기를 끌었고, 신영자산운용은 2018년 한때 AUM이 12조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대표 펀드인 신영마라톤 펀드 지난해 7월 8700억원에 규모였던 설정원본이 현재 6900억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신영밸류고배당 펀드도 2조4244억원에서 2조122억원대로 사이즈가 줄었다. 여기에 그동안의 눈부신 성과에 증가했던 투자일임 계약 금액도 기관들이 포지션을 줄이면서 급감했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신영자산운용의 투자 성적과 관련이 있다. 신영자산운용은 2000년대 초반부터 지난 2018년까지는 높은 수익률을 보이면서 명실상부한 펀드 명가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이 이후 명성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실제 신영마라톤 펀드(신영마라톤증권자투자신탁(주식)C형)의 최근 3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15.12%다. 최근 1년 수익률도 0.22%로 저조하다. 코스피가 같은 기간 각각 -1.32%, 11.51%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특히 후속 펀드의 성과가 좋지 않았다. 신영자산운용은 3년 전인 2017년 7월 ‘신영마라톤중소형주’ 펀드를 내놨는데 이 펀드의 출시 이후 수익률은 -25.65%다. 당시 이 펀드는 허 대표가 취임 이후 처음 내놓은 펀드여서 기대가 컸던 펀드이기도 했다. 은퇴 시기에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을 위해 지난해 5월 출시한 ‘신영베테랑’ 펀드도 출시 이후 -6.69% 수익률로 저조한 성적표를 내고 있는 상태다.  

신영자산운용이 이처럼 최근 몇년 간 고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성장주 위주의 장세가 꼽힌다. 최근 2~3년 간 당장의 실적은 나오진 않지만 미래 성장 기대가 높은 바이오 업종이나 4차산업 혁명과 관련된 업종들 위주로 주가가 움직이면서 상대적으로 가치주들이 소외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코로나19 이후 언택트(비대면) 테마까지 생기면서 더욱 짙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신영자산운용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저금리·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성장에 대한 프리미엄이 국내외 증시에 발생했다. 이 같은 흐름이 대세가 되면서 가치주들이 소외받는 상황이 꽤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는 상태”라면서 “당분간 가치주를 담은 펀드들에 힘든 상황이 이어질 수 있지만 성장주에 대한 버블 논란이 발생하고 있고 유동성이 넘쳐나는 시대인 까닭에 다시 가치주가 다시 조명 받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 신영자산운용의 펀드 수익률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상황의 반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신영마라톤 펀드는 지난 3월 국내 증시가 저점을 기록한 이후 33%대 수익률을 내고 있다. 신영밸류고배당 펀드 역시 같은 기간 30%대 수익률로 만회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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