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유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조건 없어···전국민고용보험 개선 방안도 빠져
노동계 “노조 없는 사업장·프리랜서 등 고용 안정성 부족”
경영계 “기간산업 이외 기업 충분한 유동성 지원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사정 협약식 서명을 마친 노사정 주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문 대통령, 손경식 경총 회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사정 협약식 서명을 마친 노사정 주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문 대통령, 손경식 경총 회장,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 유지와 기업 살리기 등을 담은 노사정 협력 방안이 체결됐다. 그러나 기존에 정부가 정해 놓은 선을 넘지 못한 협약에 그쳐 실제 효과에 대해서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28일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8차 본위원회를 열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협약’을 의결했다. 민주노총은 이 협약에 불참했다.

이번 노사정 협약은 지난 5월 출범한 노사정 대표자회의가 마련한 합의안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주요 내용은 당시 원안과 같다.

이 날 본위원회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해 노사의 상생 협력 의지를 격려하고 사회적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오늘 노사정 협약 체결은 코로나19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주체들이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며 이뤄낸 소중한 결실”이라며 “정부는 이번 노사정 합의정신을 존중하여 약속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미지=김은실 시사저널e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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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사정 협약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고용 유지 ▲기업 살리기 ▲전국민 고용보험 등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의 내용을 담았다. 노사정은 이번 협약 이행 방안을 논의할 특별위원회를 경사노위 산하에 설치하기로 했다.

◇ 고용 안정 방안 미흡···전국민고용보험제 개선책 미비

그러나 이번 협약은 기존에 정부가 정해 놓은 선에서 이뤄진 협약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고용 안정 대책이 미흡하고 전국민 고용보험제 개선 방안 등이 담기지 않았다. 정부가 기존에 하려고 결정한 정책 수준을 넘지 못했다.

우선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와 특고·프리랜서들의 경우 해고 등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견이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집행위원장은 “노사정 협약에는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회사의 해고나 휴업 등 요구에 대응할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며 “또한 지금 주로 해고를 당하는 이들은 협력업체 노동자 및 프리랜서들인데 이들의 고용이나 소득 보전 방안이 부족하다. 전국민고용보험제가 완성되려면 몇 년이 걸리는데 그 사이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실직과 소득 감소는 비정규직, 여성, 저임금 노동자에 집중됐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 5∼10일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 6개월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했다는 직장인은 12.9%였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은 26.3%가 실직을 경험해 정규직(4%)보다 6.57배 높았다. 고임금노동자(2.5%)와 저임금노동자(25.8%), 남성(9.8%)과 여성(17.1%)도 차이가 컸다. 실직을 당한 응답자 중 76%가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 이유는 ‘고용보험에 가입되지 않았음’이 50%였다.

고용 유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경영계가 고용 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고 추상적 문구로 명시돼 기준이 없다. 추후 분쟁거리가 될 것”이라며 “외국의 경우 고용 유지를 전제로 지원하고 기업이 지원금을 받은 후 해고하면 불이익을 준다”고 말했다.

오 위원은 “고용유지지원금을 사업주 뿐 아니라 노동자도 신청하도록 하고, 한시적으로 해고를 금지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며 “이번 협약은 사회적 합의라기보다 정부가 하려고 한 정책들을 추인하는 것에 그쳤다”고 말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전국민 고용보험제 만으로 특고 등의 소득 상실을 모두 해결하지 못하는데도 이에 대한 개선책은 빠졌다”며 “무엇을 했느냐 보다 실질적 내용이 중요한데 이번 합의는 그러지 못했다. 정부가 정해 놓은 답의 테두리 안에서 정해졌다”고 했다.

◇ 경영계, 추가 유동성 지원 제기

경영계는 고용유지를 전제로 한 지원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경영계 관계자는 “고용 유지를 전제로 한 지원이 아니라 기업 지원을 통해 정상화가 되면 고용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사가 여전히 이견을 보이는 지점으로 이 부분에 대한 문제가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경영계는 이번 협약에 대해 정부의 추가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앞서 경영계 관계자는 “이번 협약에서 기업지원과 고용 유지에 대한 큰 틀의 합의를 했는데 정부가 추가적으로 세부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정부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외에 추가적으로 충분한 유동성을 기업에 지원해야 한다. 특정 업종 및 기업에 한정하지 말고 다양하게 기업들의 목소리를 들어 추가 지원을 추진해야한다”고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4월 29일 중소기업 60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지원 방안으로 운영자금 지원(36.6%) 답변이 가장 높았다. 세금감면 및 납부유예(18.8%), 고용유지지원 제도 개선(13.9%), 소비증진(11.9%)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원금 상환 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에 정부 관계자는 “고용 유지에 대한 문구가 추상적인 것은 합의의 정신적 부분을 담았기 때문이다. 노사정 협약의 세부 이행은 앞으로 정부와 국회가 해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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