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통 중용시점 상이하나 상황은 비슷···실익증대·재무구조 개선 역할
매출감소 상황서 실익증대 위해 대거 전면배치···숫자 집착 등 명확한 한계 및 단점 有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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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가에서 이른바 ‘재무통’ 경영인들을 요직에 중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수요가 줄어들며 매출이 감소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매출이 감소했지만 실익을 유지하기 위해 재무통의 역할이 대두된다는 해석이다. 

24일 재계 등에 따르면, 최근 두산중공업은 신임 최고재무채임자(CFO)에 박상현 부사장을 임명했다. 앞서 두산중공업은 박지원 회장, 관리부문 정연인 부사장 등과 함께 3인 대표이사 체제의 한 축인 최형희 부사장이 겸직해 왔으나 박상현 부사장의 취임으로 당분간 대표직에 집중할 계획이다.

전임자인 최형희 부사장이 유동성의 흐름을 재개시키는 역할을 맡았다면, 신임 박상현 부사장은 재무 정상화 작업에 초점을 맞출 전망이다. 이처럼 최근 재계에서는 CFO의 역할을 강화시키는 방법을 통해 코로나19로 촉발된 자금경색을 해소하고 회사 운영방식을 개선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두산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일반적으로 재무통들은 기업의 위기 때 빛을 발하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최근의 경우엔 전후방산업과 관계없이 코로나19로 몸살을 앓는 기업들이 재무통을 전면 배치하며 위기극복에 나서고 있다. 소비재사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지닌 CJ그룹과 코로나 사태 발발 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항공업계서도 비슷한 선택을 내렸다.

CJ그룹의 지주사 CJ는 지난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최은석 경영전략 총괄부사장을 신규 사내이사진에 포함시켰다. 코로나19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침체 역시 장기화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최 총괄부사장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였다. 지난 6월 제주항공은 김이배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인사였다.

재계 관계자는 “재무통 출신들이 각광받는 시점은 기업별로 상이하지만 일정부문 공통점을 지닌다”면서 “특히 코로나19와 같은 기업의 실익감소 상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게 일반적”이라 소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글로별 완성차 업계의 부침이 가속화되고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요구가 맞물린 시점에서 재무통들을 대거 전면배치했다. 핵심계열사인 현대차·기아차 대표에 재무통 출신인 이원희 사장과 박한우 사장을 각각 임명했다. 또한 지난해 연말 인사를 통해 현대로템·현대차증권 대표직에 오른 이용배·최병철 사장 등도 재무통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LCD사업에서의 경쟁력 악화 등에 따라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 LG디스플레이도 LG화학 CFO 출신의 정호영 사장을 대표에 임명했다. 2018년 회장직에 오른 최정우 포스코 회장도 재무통 출신이다. 포스코 CFO을 지내며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하고 계열사 포스코켐텍 등의 대표직에도 올랐던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 최초의 비(非)철강전문가다. 취임 후 비철강사업 강화를 바탕으로 포스코그룹 수익성을 개선했다는 평을 얻는다.

수익성 제고 측면에서 각광받는 재무통들도 명확한 한계·단점 등을 지녔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장부상 숫자에만 초점을 맞춘 경영방식 탓에 관리 측면에서 소홀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재무통이 대표직에 오른 뒤 안전사고가 급증하거나 대대적인 구조조정 등으로 노조와의 마찰이 심해진 사례가 다수 존재한다는 게 재계 전반의 공통된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전문경영인(CEO)의 역할만이 강조됐으나 근래로 접어들수록 CFO를 비롯해 최고기술책임자(CTO)·최고운영책임자(COO)·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의 개념이 대두되며 특정 전문성을 갖춘 경영인들의 고른 중용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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