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차감·가속능력·조작성 등 이전 모델 단점 대부분 개선
부실한 차선유지보조기능과 변화없는 디자인은 아쉬움으로 남아
통통 튀는 승차감으로 아쉬움을 남긴 르노삼성자동차 ‘SM6’가 절치부심해 돌아왔다. 안정적인 승차감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게 서스펜션을 바꾸고 새로운 엔진도 탑재했다. 여기에 각종 첨단주행보조기능과 편의사양도 적용해 외관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혁신적 변화를 이뤄냈다.
지난 16일 강원도 인제에서 신형 SM6를 타봤다. 이날 시승코스는 인제 부근 일반도로 60㎞를 주행하고, 인제스피디움 서킷을 달리는 일정으로 구성됐다.
일반 도로 주행은 국도 위주로 이뤄졌다. 탑승한 차량은 TCe 260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강원도의 구불구불하고 경사진 도로에서도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전 모델에서 지적됐던 꿀렁거림은 거의 느낄 수 없었으며, 움푹 패인 곳이나 과속 방지턱에서도 부드러운 주행이 이뤄졌다.
몸놀림은 전작 대비 경쾌해졌다. 새로 탑재한 엔진 덕분이다. TCe 260엔진은 르노그룹과 다임러가 공동개발한 신형 4기통 1.3ℓ 터보 직분사 가솔린 엔진이다. 최고출력 156마력, 최대토크 26.5㎏·m을 발휘한다.
이날 국도를 주행하는 동안 갑작스레 폭우성 소나기가 내렸으나 차가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특히 소나기와 함께 바람도 강하게 불었는데 실내에서는 외부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SM6는 차체 각 부위에 흡음재를 적용하고 차음 윈드실드 글라스를 통해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을 최소화했다. 또한 엔진소음의 반대 위상 음파를 내보내는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을 적용해 엔진소음도 저감시켰다.
실내 인테리어는 중형세단으로서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10.25인치 클러스터와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다. SM6 이전 모델 디스플레이인 ‘S링크’는 느린 반응속도와 낮은 해상도로 소비자들 불만이 많았다. 이번에 탑재한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급의 반응속도를 보였다. 또 운전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공조기능은 따로 버튼 방식으로 분리해 편의성을 개선했다.
공도 시승을 마치고 TCe 300모델로 갈아타고 서킷에 올랐다.
TCe 300은 1.8ℓ 가솔린 터보엔진으로 최고출력 225마력, 최대토크 30.6㎏·m으로 쏘나타·K5보다 높은 마력을 낸다. 스포츠 모드로 전환한 SM6는 서킷 위에서 강렬한 엔진음을 내며 질주했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마다 차가 빠르게 치고 나갔으며, 고속으로 코너를 돌 때도 안정적으로 빠져나갔다. 직선 코스에서 있는 힘껏 가속페달을 밟으니 180km/h까지는 빠르게 속도가 올라갔으나 이후에는 힘이 다소 달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일상 도로 주행에서는 이 이상 속도를 낼 일은 없기 때문에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다.
야간 트랙 주행은 이번 시승행사의 백미였다.
특히 야간 주행에서는 SM6의 새로운 자랑거리인 헤드램프 기능을 맘껏 확인할 수 있었다. 르노삼성은 SM6에 일부 국산 대형 고급세단 및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에 적용하는 ‘LED 매트릭스 비전’ 헤드램프를 탑재했다. 이는 전방 카메라가 주행 상황을 스스로 인식하고, 상향등 내부 LED(좌/우 각 18개씩, 총 36개)를 다중 제어해 영역별 밝기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운전자 시야 확보는 물론, 마주 오는 차량 운전자의 눈부심까지 방지해 안정성을 높였다.
이번 신형 SM6는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완전변경(풀체인지)급 변화를 이뤄냈으나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은 디자인이다. 엔진과 서스펜션, 각종 첨단기술을 새로 탑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관 디자인이 전작과 차이가 없다. 기존 SM6 디자인이 워낙 호평을 받아서이기도 하겠으나, 일반적으로 신형을 구매할 때 외관 디자인 변화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아쉬운 부분이다.
또 다른 단점은 차선유지보조 기능이다. 이 기능은 같은 날 시승을 한 기자에 따라 차이는 있었다. 차선유지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다는 기자도 있었으나, 직접 기능을 켜고 타본 결과 차선 중앙을 유지하는 능력이 부족했으며 차선을 이탈하기도 했다. 이날 주행했던 도로가 구불구불한 영향도 있겠으나, 생각보다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다만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 기능은 다른 브랜드의 중형세단과 비슷한 수준을 보여줬다.
르노삼성은 SM6에 찍힌 주홍글씨 낙인을 지우기 위해 고객 목소리를 반영하고 단점으로 지적됐던 대부분을 개선했다. 남은 것은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선입견을 극복하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