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붙잡은 양육비 채무자, 경찰 서류 확인 미비로 귀가 조치
경찰 “잘못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6개월 집행기간 지나면 ‘무효’

/ 사진=양육비해결총연합회 제공
/ 사진=양육비해결총연합회 제공

법원 결정에 따른 양육비를 주지 않고 이행강제명령도 따르지 않아 감치 결정이 내려진 감치 대상자(양육비 채무자)를 경찰이 업무과실로 풀어준 일이 발생했다. 한 달 가량 양육비 채무자의 행적을 쫓아 경찰에 신고했던 채권자는 감치 기간 내에 채무자를 다시 찾지 못할 우려가 커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양육비 채권자 A씨는 지난 2014년 양육비 채무자 B씨와 협의이혼 했다. B씨는 매달 200만원씩 두 자녀에 대한 양육비를 A씨에게 지급해야 했다.

하지만 B씨는 양육비를 주지 않았다. 2020년 7월 현재까지 미지급된 양육비가 87000만원에 달했다. A씨는 가사소송법에 따라 이행강제명령 절차를 밟았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 6월 ‘이행의무위반’을 이유로 B씨를 15일간 감치하라는 결정을 했다.

감치 결정 이후에도 B씨의 행방은 묘연했다. A씨는 한 달 가량 ‘잠복’ 끝에 B씨를 찾아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부산의 한 경찰서는 지난 15일 B씨의 신병을 확보한지 몇 시간만에 그를 풀어줬다. 법원으로부터 전달받은 감치명령서 ‘사본’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감치명령서 ‘정본’을 경찰에 확인해주고, 법원 사건검색을 통해 경찰서 사무원이 사본 등기를 받았다고 확인되는 점, 채무자의 신병을 다시 확보하기 어려운 점 등을 강조하며 경찰에 호소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그런데 하루 만에 명백한 경찰의 업무과실이 드러났다. 감치명령서 사본이 뒤늦게 발견된 것이다. 경찰서 관계자는 “감치대상자를 형사계로 데려갔는데 야간이라 해당 부서에서 (감치명령서 사본을) 찾지 못했다. 이튿날 여청과에서 보관중인 것을 확인하게 됐다”며 “당시에는 아무런 근거도 없이 B씨를 가둬둘 수 없었다. 강력범도 아니어서 귀가를 시킨 것이다”고 설명했다.

감치는 현행법상 양육비를 주지 않는 채무자를 제재할 수 있는 가장 강한 조치다. 정당한 이유 없이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원은 권리자(양육비 채권자)의 신청에 의해 30일 범위 내에서 의무자(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감치를 명령할 수 있다.

문제는 감치명령의 집행기간인 6개월(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이 지나면 명령 자체가 무효가 된다는 점이다. 감치명령이 무효가 되면 채권자는 이행강제명령, 일시금 지급명령 등 법적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1년에서 2년의 시간이 소요돼 많은 양육비 채권자들이 절차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육비 채무자들은 이를 악용해 잠적하거나 위장전입을 통해 집행을 피하고 있다.

A씨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감치 대상자의 위치를 제가 직접 찾아 제보했다. 경찰의 실수로 왜 제가 피해를 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전 남편(B씨)의 감치명령 집행기간이 지나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요”라고 말했다.

해당 경찰서 여청과 관계자는 “우리가 잘못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민원인(A씨)과 면담을 통해 그동안의 어려움과 제도의 미비점을 확인했다. 감치 대상자가 갈만한 곳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e는 청문감사실에 ‘업무과실이나 징계사안에 해당하느냐’고 물었고, 청문감사실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지급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육비 활동가 구본창씨는 “감치 명령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제재 조치로, 경찰이 적극적으로 집행에 나설 동기와 근거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며 “채무자가 고의로 명령서를 피할 여지도 많아 공시송달(당사자의 주소 등을 알 수 없는 경우 소송서류를 법원 게시판에 공고해 송달된 것으로 봄) 등 입법을 통해 개선할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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