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점유율 10% 목표···글로벌 리더 될 것”
노조, 강성이미지 벗고 노사 상생 강조···품질 개선으로 고객 신뢰 회복해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그래픽=시사저널e DB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그래픽=시사저널e DB

현대자동차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이 최근 국내 배터리 3사 대표를 만나 전기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한편, 강성 이미지가 강했던 노동조합도 상생을 외치며 회사 발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동안 현대차는 다른 완성차 기업에 비해 늦은 출발로 선도기업을 뒤따라가는 입장이었으나, 전기차·자율주행 시대를 맞아 혁신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을 선도해나갈 계획이다. 노조는 품질문제를 최소화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 및 고객 신뢰 회복에 나설 방침이다.

21일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전기차 배터리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양사 주요 경영진은 이날 경기도 화성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연구개발현장을 둘러보고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를 시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두 회장의 만남이 단순 배터리 협력을 넘어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가 진행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 총수는 차세대 친환경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신성장 관련 제품과 기술에 대해 다각도 협력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이전에도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만나 전기차 배터리 신기술에 대해 협의했다.

앞서 지난 14일 정 부회장은 청와대의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를 판매하고,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기록해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며 “내년은 전용 플랫폼이 적용된 차세대 전기차가 출시되는 만큼, 전기차 도약을 위한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대차는 1967년에 사업을 시작하며 다른 글로벌 완성차기업에 비해 늦은 출발을 했다. 그동안 전세계 시장에서 현대차는 중저가 차종을 강화하며 점유율을 늘려왔다.

그동안 현대차는 GM·벤츠·토요타 등 완성차 기업을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유럽·중국 등을 중심으로 내연기관차 비중을 줄이고 친환경차를 늘리면서 현대차에게도 기회가 생겼다.

아직까지 전기차의 경우 테슬라를 제외하면 브랜드별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현대차 입장에서는 시장을 선도할 여지가 충분하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올해 1∼5월 세계 각국의 전기차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현대차는 3.7%의 점유율로 6위를 기록했으며 기아차는 바로 아래인 7위로 3.5% 점유율을 나타냈다. 두 회사 합한 점유율은 7.2%로 2위인 BMW(7%)보다 높다. 또한 테슬라(17.7%)를 제외하면 점유율이 10%를 넘는 곳이 없기 때문에 순위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아울러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수소차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소차의 경우 현대차가 일본 토요타와 함께 글로벌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차 판매는 물론 수소연료전지 개발을 통해 수소사회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향후 3~4년 내 연료전지 수명을 2배 늘리고 원가는 절반 이하로 낮출 방침이다.

◇달라진 노조 “품질 문제 최소화하지 않으면 고객 떠난다”

지난달 24일 하언태(앞줄 왼쪽) 현대차 사장과 이상수(오른쪽) 현대차 노조지부장이 품질혁신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문에 합의했다. / 사진=현대차
지난달 24일 하언태(앞줄 왼쪽) 현대차 사장과 이상수(오른쪽) 현대차 노조지부장이 품질혁신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문에 합의했다. / 사진=현대차

현대차 노조가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그동안 현대차 노조는 매해 임금협상 때 마다 파업을 강행하며 사측과 마찰을 일으켰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8년만에 파업없이 임단협에 잠정합의했다. 업계에선 무분규 타결로 인해 수천억원의 영업이익 효과를 얻었다고 추정했다.

올해 현대차 노조는 오는 22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임금교섭 요구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의 요구안 (기본급 12만304원 인상)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현대차 노조가 투쟁 일변도 기조에서 벗어나 상생을 외치고 있어, 입장차를 좁힐 가능성도 있다.

임단협 뿐 아니라 노조는 품질 문제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노조는 경영진과 함께 지난달 24일 ‘품질 혁신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공동선언문에는 ▲고객만족을 위한 완벽품질 목표 달성 노력 ▲‘고객이 곧 기업생존과 고용안정’이라는 공감대 속에 다양한 품질개선 활동 전개 ▲시장 수요와 연동한 완벽한 품질의 차량을 최대 생산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조는 앞으로도 TFT를 통해 현장 품질개선 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자동차 품질에 대한 고객들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갈수록 완벽한 품질을 요구하고 있다”며 “8천만원짜리 고가차를 사면서 품질 완성도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작업 현장에서 불량 방지를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고객 신뢰를 높이는데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또 노조는 품질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1월 20일부터 업무시간에 와이파이를 차단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노조 뿐 아니라 현대차도 최근 GV80·G80·아반떼 등 신차에서 결함 논란이 계속되자, 향후 신차의 경우 출시 전에 한달간 도로 테스트를 거쳐 품질 문제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신차 출시가 늦어지더라도 품질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현대차 노조와 달리 기아차 노조는 올해 2000만원 상당의 성과급과 기본급 인상을 요구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2만 304원 인상과 지난해 영업이익(2조96억원) 30%의 성과급(1인당 2000만원) 등을 내용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인해 기아차 판매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노조 측 요구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상반기 기아차 해외 판매는 88만2959대로 전년대비 20.4% 줄었다.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재유행하면서 하반기에도 실적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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