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0세 이상·15년 이상 근무자 대상으로 신청 접수···24개월치 평균 임금 지급
주요 시중은행, 연말·연초 정기 희망퇴직 실시 예정···대상자 확대 가능성도

하나은행 을지로 신사옥/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은행 을지로 신사옥/사진=하나금융그룹

하나은행이 준정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퇴직을 시행함에 따라 하반기 은행권의 희망퇴직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그로 인한 점포 통·폐합 사례도 늘어나고 있어 은행권 인력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하나은행을 제외한 주요 시중은행들은 희망퇴직의 구체적인 대상과 규모 등을 정해놓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이번 하나은행의 신청 결과가 은행권 구조조정 계획에 일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발 불황으로 인해 희망퇴직 신청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일 하나은행은 하반기 준정년 특별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준정년층 특별퇴직은 구 외환은행에서 비정기적으로 시행되던 제도로 지난해 초 하나·외환은행 인사·급여·복지제도 통합 이후 하나은행에 도입됐다. 지난해 7월 첫 시행 이후 지난해 말과 이번까지 3회째 이어져오고 있다.

신청 대상은 만 40세 이상(1980년 7월31일 이전 출생)이면서 만 15년 이상 근무한 일반 직원이며 신청 기간은 오는 22일까지다. 건강상 문제로 휴직 중인 ‘인병 휴직자’도 한시적으로 특별퇴직 신청이 허용된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24개월 평균 임금이 지급되며 1970년 이전 출생자에게는 의료비와 자녀학자금 등 최대 2000만원이 지급된다. 인병 휴직자를 제외한 전 대상자는 재취업·전직 지원금 2000만원도 받을 수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준정년 특별퇴직은 지난해 노동조합 측의 의견을 반영해 정례화한 제도”라며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인력구조를 효율화하고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 활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광범위한 희망퇴직을 단행하자 다른 시중은행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주요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 일선 영업점을 대거 통·폐합하는 등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5대 시중은행(신한,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은 올해 안으로 140여 곳의 지점을 정리할 계획이다.

현재 하나은행을 제외한 4개 시중은행은 아직 구체적인 희망퇴직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4개 은행 모두 정기적으로 시행해왔던 희망퇴직을 올해 말, 내년 초쯤에 실시할 예정이나 구체적인 대상 연령과 근속 연수, 퇴직금 등 조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하나은행의 희망퇴직 결과가 다른 은행들의 계획에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변화하는 환경들로 인해 은행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고 있다”며 “임금피크 대상자에 대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그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은행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가 18~19년 정도인 점을 감안했을 때 ‘15년 이상 근무’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대상자가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하나은행 직원들의 희망퇴직 신청이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24개월치 평균 임금이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많은 것도 아니다”라며 “과거에는 근속 연차가 많으면 36개월치 임금을 준 은행도 있었지만 은행 업황 악화, 대상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최근에는 점차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인해 퇴직 후 재취업, 창업 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예상보다 희망퇴직 신청자가 저조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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