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20일에만 21.27% 하락···상장 당시 주가로 회귀
투자자 대부분 주가 급등 이후 사들여 평가 손실 구간
한화그룹 니콜라 지분 평가이익도 한 달새 1조원 가량 축소
미국 수소차 업체 니콜라의 주가가 최근 급격하게 하락하면서 해외 직투족(직접 투자자)들과 한화그룹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다. ‘제 2의 테슬라’를 꿈꾸며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던 개인 투자자들은 평가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고, 니콜라 지분을 6% 넘게 보유한 한화그룹은 지난달 ‘대박’ 분위기와는 달라진 주가 흐름에 입맛을 다시게 됐다. 다만 여전히 수소차에 대한 기대감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있는 만큼 반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니콜라의 주가가 최근 들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니콜라 주가는 지난 17일(이하 현지 시간)과 18일 각각 7.02%, 3.76% 하락한데 이어 20일에는 21.27%나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라 주가도 50달러선에서 38.45달러까지 내려갔는데 니콜라가 40달러 밑에서 장을 마감한 것은 상장 다음 날인 지난달 5일 이후 처음이었다.
니콜라는 상장 당시만 하더라도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였다. 니콜라는 지난달 4일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을 통해 나스닥에 우회 입성했다. 상장 첫 거래일에 33.75달러로 마감했던 니콜라는 수소트럭 생산 기대감에 따른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같은 달 9일 79.73달러까지 상승했다. 상장 4거래일 만에 주가가 두 배 넘게 오른 것이다. 특히 이날 장중에는 93.99달러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니콜라의 화려한 증시 데뷔에 따라 국내 해외 직투족들도 매수에 적극 동참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이후 이달 20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니콜라 순매수 규모는 1억1909만3644달러였다. 이는 같은 기간 해외 주식 순매수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문제는 이 같은 순매수 대부분이 주가가 급등한 이후에 진행됐다는 점이다. 니콜라의 주가가 고점을 기록한 지난 9일 이후 순매수 규모는 1억1909만6470달러로 급등 이전 순매수 규모와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니콜라의 주가가 급등한 이후에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것으로 최근 주가를 감안하면 이들 대부분 평가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해외 직투족뿐만 아니라 한화그룹도 니콜라의 주가 급락이 아쉽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은 지난 2018년 그린에너지 사업 시너지를 내기 위해 총 1억달러를 들여 니콜라의 지분 6.13%를 확보했다. 지난달 19일 니콜라의 시가총액이 장중 300억달러를 넘어섰을 때 이들의 지분 가치는 18억4000만달러(약 2조2000억원)로 투자 원금 대비 18배나 높아졌다. 이는 지주사인 한화의 시가총액(1조8000억원)도 넘어서는 규모였다.
그러나 니콜라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이들의 지분 평가이익도 축소됐다. 지난 20일 기준 니콜라의 시가총액은 176억달러로 한화그룹의 지분 가치는 10억7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주가 하락으로 한 달여 만에 1조원이 날아가 버린 셈이다. 사업 시너지를 차치하고 단순 지분 투자 관점에서는 아쉬울 수 있는 부분이다.
다만 수소차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만큼 반전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가 하락은 수소 트럭을 통해 실질적인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가 과도하게 오른 것 아니냐는 우려 탓”이라면서도 “여전히 수소 경제로의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되고 있고 니콜라가 과거 테슬라처럼 시장 기대만큼의 성장성을 보여준다면 주가는 다시금 반등할 여지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