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말 사모펀드 판매 잔액···전년 동기 比 42%↑
16개 은행 판매 잔액은 20.9%↓
국민銀, 펀드 판매 및 관리서 총 14단계 걸쳐 리스크 관리

KB국민은행 본사/사진=연합뉴스
KB국민은행 본사/사진=연합뉴스

국민은행이 사모펀드 투자손실 사태의 ‘무풍지대’로 여겨지며 펀드 판매 규모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은행업계가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 사태에 휘말리며 고객 피해를 유발한 것과 달리 국민은행은 업계에서 유일하게 이 사태에 휘말리지 않아 고객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다.  

◇5月 사모펀드 판매 잔액, 1년 새 2조원 증가

20일 은행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4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국민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이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국민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7조477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조2128억원(42.0%)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3조6796억원, 우리은행은 3조459억원, 하나은행은 2조5050억원으로 각각 12.1%, 44.5%, 13.6% 감소했다. 4대 시중은행과 국책·지방·외국계은행을 모두 포함한 16개 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잔액도 5월 말 22조549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0.9% 줄었다. 

국민은행만 사모펀드 판매가 늘어난 것을 두고 업계는 국민은행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사모펀드 사고에서 비켜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현재 은행업계는 지난해부터 불완전판매 논란을 일으킨 DLF 사태와 대규모 투자 피해가 예상되는 라임운용 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휩싸인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 판매액 가운데 약 25%가 은행에서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에 분쟁조정 신청이 들어온 라임 계열·옵티머스·젠투파트너스 등 13개 사모펀드의 금융권 판매금액은 모두 5조954억원에 달한다. 이중 문제가 된 펀드 가운데 은행권에서 판매된 펀드 규모만 1조279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은행업계는 펀드 판매 영업에 불신이 커지면서 고객 발길이 빠르게 줄어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은행업계 관계자는 “안전하다고 인식된 은행에서 불완전판매가 계속 발생하면서 고객들이 은행 펀드 상품에 가입하기 꺼려하는 상황”이라며 “국민은행은 이런 논란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고객 확보와 유지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대 시중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규모 추이. / 사진=시사저널e
4대 시중은행의 사모펀드 판매 규모 추이. / 사진=시사저널e

◇14단계 리스크 관리 통해 문제될 상품 걸러내

국민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통해 문제의 상품들을 걸러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적을 늘리는데 집중하기보다 문제가 없는 판매 방식을 중요시해 사모펀드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은 사모펀드 상품을 출시하고 사후 관리까지 총 14단계에 걸쳐 평가 과정을 확인한다고 전했다. 판매 전에는 시장환경점검, 운용사 선정, 상품성 검토, 심의 등의 8단계를 거쳤다. 특히 상품 출시는 심의 단계에서 ‘투자상품사전협의체’ 심의와 ‘WM상품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가능하다. 투자상품사전협의체는 금융투자상품본부 내 실무자들을 중심으로 각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이 협의체를 통해 국민은행은 상품성과 리스크를 검증한다. 평가표에 의거해 일정 수준의 점수가 나와야 다음 단계인 WM상품위원회로 넘어갈 수 있다. 

금융투자상품본부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WM상품위원회에서는 준법, 소비자 보호, 손실 위험 등을 중심으로 2차 심사를 진행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 판매 유관부서 관계자들로 구성된 WM상품위원회에서 참석위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최종적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 상품 판매심의 단계도 기존 3단계에서 4단계로 강화했다.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의 성향과 리스크를 정밀하게 따지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은 판매 실적보다 리스크 검토 중심으로 판매 관점을 바꾼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올해 국민은행은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외부자문단을 포함한 ‘소비자보호 권익강화 자문위원회’를 출범시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권익신장 뿐 아니라 국민은행에 대한 고객 신뢰 제고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위원회를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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