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잠재력 크지만 日기업 강세···정의선 “전략 잘 짜면 가능성 있어”
인니 전기차 부흥책···현대차 전기차 공략 땐 LG화학 배터리 탑재 유력시
현대자동차가 동남아 현지에서 공격적인 마케팅활동 등을 바탕으로 주요국 점유율을 키워가는 모양새다. 최근 동남아 내부에서도 친환경 차량에 대한 관심이 배가되고 있어, 현대차의 약진이 배터리 공급사 LG화학의 반사이익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일 완성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베트남 시장에서 상반기 승용·소형상용차 합산판매 1위를 차지했다. 시장점유율 21.3%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베트남에 생산합작법인을 세운 2017년 이래 처음으로 반기 1위를 기록하게 됐으며, 시장점유율 20%를 상회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일본 완성차 업체가 강세를 보여 온 곳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이다.
2017년 316만대 수준이던 동남아 자동차 시장은 오는 2026년 449만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높은 잠재성을 지녔지만, 토요타 등 일본 업체들이 강세를 보여 진입이 쉽지 않다고 평가됐다. 이에 현대차는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인 그랩(GRAB)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현지 TV프로그램 등에 폭넓은 PPL 등을 실시하며 인지도 향상에 주력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 당시 현지 투자 협약식을 갖고, 자카르타 인근 브라스시 델타마스 공단에 완성차 공장을 건립 중이다. 현대차가 아세안 지역에 처음 짓는 완성차 공장이다. 향후 이곳은 동남아 전역의 거점공장으로 활약할 계획이다. 또한 호주·아프리카 등에도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가 공장을 설립 중인 인도네시아는 동남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자연히 트렌드를 선도하는 시장으로 평가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동남아 내부에서도 친환경차량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 공장 중 일부 라인을 통해 현대차가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이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기차 촉진을 위해 관련 대통령령을 공포하고 전기차 사업 육성에 적극적이다.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석유수입에 따른 무역 불균형 등도 해소하겠다는 심산인데, 이에 힘을 보태기 위해 지난해 니켈의 수출을 금지하고 외자 유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기차 촉진 정책에 발맞춰 LG화학을 향한 러브콜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차가 공장을 짓고 있는 델타마스 공단에 배터리 생산기지를 구축해달라는 요청이다. 실제 LG 내부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지는 중이다. 2조7000억원을 들여 모듈·팩·셀 등의 생산라인을 구축할 것이란 구체적인 전언도 있다.
현대차가 현지에서 인지도를 높이면서 LG화학이 반사이익을 거두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인도네시아 공장서 전기차를 생산하게 될 경우 LG화학 배터리 탑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동남아시아 내 인기를 끌고 있는 일본 업체들의 경우 자국 배터리 탑재를 우선시하는 까닭에 LG화학 입장에선 신시장 개척을 위해 현대차의 약진이 절실한 상황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합작사와 관련해선 말을 삼갔지만, 인도네시아 측으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아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맞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인 투자내용과 관련해선 “정해진 바 없다”고 언급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일본 업체들이 약진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 개척과 관련해 “전략을 잘 짜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시사했다. 다만 해당 전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LG화학의 배터리 합작사가 인도네시아에 들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라면서 “두 회사가 상호보완적 관계십을 바탕으로 동남아 시장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지난해 10월 아구스 구미왕 카르타사스미타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이 방한했을 당시 국내 주요기업들과 잇따라 투자유치 논의했는데, 특히 현대차와 LG화학에 상당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