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회동서 미래세대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키로
정치권 발언 따라 강남권 아파트 천당과 지옥 오가기도
지난 수일 간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여부를 두고 여야의 논란이 이어져 온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하는 게 옳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그린벨트 해제 기대감에 들썩이던 내곡동 일대의 분위기가 침체되고,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물량을 늘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젖은 은마아파트 등 정비사업장 일대는 기대감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20일 국무총리실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와 가진 주례회동에서 그린벨트와 관련해 미래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보존해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주택공급 대책과 관련해 정부와 더불어 민주당과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검토 입장을 밝혔고, 이후 굵직한 정치인과 관계부처에서 이와 관련해 부정적 목소리를 내놓으면서 정책에 혼선을 빚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박선호 국토부 차관은 불과 하루 차이를 두고 그린벨트 해제 ‘검토’와 ‘계획 없다’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정세균 총리의 “그린벨트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게 옳다”는 입장에 이어 문 대통령도 보존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이번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로 인해 시장의 반응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린벨트로 둘러 쌓인 서초구 내곡동 일대는 그린벨트 해제 검토 발언이 나오면서 1억 원 이상씩 올랐고, 그마저도 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등 기대감에 달아올랐다. 이 일대 대장주인 서초포레스타2단지 전용 84㎡의 현재 호가는 15억5000만 원 수준으로 한 달 전에 비해 2억 원이나 뛴 것이다.
내곡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수일 간 실거래가격과 호가 차이가 컸고, 집주인들의 매물 거둬들임으로 잠김현상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 일대가 자산가들의 투자 문의로 뜨거워지는 동안, 강남권 재건축 대장주인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의 시세는 상대적으로 잠잠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분위기는 반전될 것으로 보는 이들도 많다. 문 대통령은 이날 주택공급 물량 확대를 위해 다양한 국공립 시설 부지를 최대한 발굴하고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국가 소유 태릉 골프장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이 거론된 데 대해서도 관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논의를 이어가도록 했다. 정비사업장 규제 완화가 결정된 것은 아니나, 공급 확대의 일환으로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를 거론한 데에 맞서 서울시가 재건축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에 정비사업이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형성된 상태다.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