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한국인 근로자 줄줄이 확진···주요 사업장 사실상 셧다운
대림산업, 12조원대 美정유공장 개발 철수···“코로나로 사업 지연···추가 자금 투입 부담”
GS건설, 핵심 신사업 모듈러 사업 영향···2분기 실적 시장 예상치 믿돌 듯
건설업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폭풍이 거센 모습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해외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는가 하면 진행 중인 신사업들도 신통치 않은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중동 등 주요 해외 사업지에서 한국인 확진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함에 따라 건설사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라크 카르발라·비스마야 대규모 사업장 줄줄이 셧다운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2일부터 전세기를 투입해 이라크 카르발라 정유공장 건설 현장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을 국내로 데려올 예정이다. 이라크 수도에서 남쪽으로 120㎞ 떨어진 해당 현장에는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SK건설 컨소시엄인 카르빌라 조인트벤처(JV) 소속 직원과 하도급 협력업체 직원 683명이 근무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선 이유는 현재 이라크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현재 이라크에선 매일 확진자가 2000명이 넘을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귀국한 카르발라발 한국인 근로자 100여명 중 3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현지에 580여명이 남아있는 만큼 대규모 집단 감염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라크에선 국내로 들어온 근로자들의 확진 소식이 전해지며, 현장 업무가 사실상 셧다운(공사 일시 중단) 상태에 빠졌다. 이밖에도 한화건설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이라크 비스마야 내 신도시 건설현장도 코로나19 확산세로 공사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건설사들과 함께 귀국 수요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해외 수주가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세로 공사가 지연됨에 따라 하반기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해외 현장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셧다운 돼 원가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 코로나 장기화 우려에 100억 달러 개발 사업 포기···GS건설, 모듈러주택 사업 주춤
해외 사업이 엎어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대림산업은 최근 미국에서 진행하던 100억 달러(한화 12조6000억원) 규모 석유화학단지 개발사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대림사업은 2018년 1월 태국의 최대 석유화학회사 ‘PPT 글로벌 케미칼’(PTT Global Chemical·PTTGC)과 계약을 맺고, 연간 150만톤의 에틸렌과 폴리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장을 미국 오하이오주에 건설해 운영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았다. 미국 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유가 급락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업 유지를 위한 막대한 추가 자금이 예상되자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대림산업은 5년간 약 2조원을 사업 개발비로 집행할 계획이었다. 지난 2년 간 1500억원의 사업 개발비가 투입됐다. 투자된 사업 개발비는 대림산업을 대체할 다른 투자자가 나타날 경우 회수가 가능하지만 리스크가 큰 만큼 투자자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GS건설 역시 핵심 신사업인 모듈러주택 사업이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한 모습이다. GS건설은 허윤홍 신사업부문 사장의 지휘로 연초부터 모듈러 시장에서 글로벌 매출 4위에 오른 폴란드 단우드사, 고층 모듈러 실적을 보유한 영국 엘리먼츠사를 인수하며 모듈러주택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로 2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믿돌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GS건설은 코로나19 인한 주요 공정 중인 해외 현장의 매출 감소 영향과 함께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모듈업체(폴란드 단우드, 영국 엘리먼츠)의 신사업 부문 실적 편입효과가 계획(2020년 신사업 매출 전망치 8500억원)대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