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말, 부산에 ‘그랜드 조선’ 론칭···정용진 부회장의 롯데 시그니엘 부산점 방문 배경에 관심
일각에선 잇따른 부산 출점에 출혈경쟁 우려도···“해외 고객 인지도 높이는 계획”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게재하는 개인 인스타그램에 대한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인 롯데 시그니엘 부산점 방문이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는 정 부회장의 개인 일정이라는 입장이지만, 그룹 오너사가 비공식적으로 경쟁사 호텔을 참관하는 것은 이례적으로 오는 8월 그랜드 조선 오픈을 앞둔 방문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시그니엘 부산 쇼룸을 롯데 측에 사전 연락 없이 개인자격으로 시설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다이스 부산이나 파크하얏트 등 경쟁 호텔 총 지배인들이 시그니엘 측에 사전 연락해 직원들과 함께 호텔 시설을 참관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 같은 비공식 참관은 이례적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가운데 호텔업을 키우고 있다.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고 이에 따라 프리미엄 숙박시설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는 시중 호텔이 코로나19로 빈 방이 넘쳐 가격을 대폭 낮춰 고객들을 끌어모으는 모습과 대조된다.
정 부회장이 방문한 롯데의 시그니엘 부산점은 롯데호텔이 시그니엘 서울 이후 3년 만에 오픈한 럭셔리 호텔로, 신동빈 롯데 회장이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개관 당시 이례적으로 그룹 최고위 임원들과 참석하며 각별히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시그니엘 부산점은 지역 최고층 빌딩인 엘시티타워(101층) 지상 3~19층에 260실 규모로, 전 객실이 부산 해운대 바다가 보이도록 했다.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시그니엘 부산서 500m 거리에 신세계가 오는 8월 말 새로운 5성급 호텔 브랜드 ‘그랜드 조선’을 선보이며 특급호텔 대전에 뛰어든다.
그랜드 조선은 정 부회장이 두 번째로 선보이는 독자 브랜드로, 기존 5성급 브랜드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호텔이다. 기존 노보델 엠버서더 부산 리모델링을 통해 330개의 객실을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정 부회장은 2018년 첫 독자 브랜드로 레스케이프(4성급) 호텔을 선보인 바 있다.
양 사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과감 없이 투자하는 모습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3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중심이었던 호텔 사업을 세계로 확대한다”면서 호텔 사업 확대 의지를 적극 표명했다. 또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5년 내 현재의 2배 수준인 3만 객실로 롯데호텔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유망 진출 지역으로 영국과 일본 등도 함께 언급했고, 오는 9월24일 미국 시애틀에 호텔 오픈을 앞두고 있다.
시그니엘 부산점 오픈 당시 신 회장이 직접 찾았던 만큼, 정 부회장의 이번 경쟁사 방문도 그랜드 조선에 힘을 실어주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 1분기 코로나19로 호텔롯데는 매출 15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3% 줄었고 영업 손실도 638억원을 기록했다. 롯데호텔은 지난 4월 국내 19개 사업장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신세계도 마찬가지다. 신세계조선호텔은 1분기 매출액 453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4% 감소했다. 1분기 148억원의 영업 손실도 기록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유동성 위기까지 거론되며 지난 3월 모회사인 이마트로부터 1000억원에 달하는 운영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호텔업계 실적 부진이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도지 않아 업계는 프라이빗, 프리미엄에 집중해 반전을 꾀할 계획으로 그 경쟁 지점은 부산 해운대로 꼽힌다. 오는 8월 매년 수백만 인파가 몰리는 국내 대표 관광 및 휴양 명소인 해운대서 롯데와 신세계의 호텔 경쟁도 예고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특급호텔의 잇따른 출점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부산, 해운대는 관광 콘텐츠가 활성화돼 있어 코로나에도 찾는 이들이 많아 호텔도 같이 성장할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국내 수요만 기대하는 상황에서 출혈 경쟁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세계조선호텔 측은 “국내 오픈하는 신규 호텔에 집중하고, 이후 해외 진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부산 출점은 해외 고객에게 인지도를 키우기 위한 것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