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21일까지 파업 여부 설문조사···파업 동의 시 강행 가능성 관측
문제는 코로나19 시국서 국민 여론 향방···의사들 참여 여부도 중요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첩약 급여화와 의대정원 증원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의료계가 총파업을 거론하고 있어 실현 여부가 주목된다. 의료계는 현재 진행 중인 설문조사에서 총파업으로 귀결되면 파업 돌입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가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총파업이 가능하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의사들의 총파업 참여율도 중요하다.   

17일 대한의사협회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의료 4대악 대응을 위한 전 회원 설문조사를 지난 14일 시작, 오는 21일까지 진행한다. 의료 4대악이란 첩약 급여화와 원격의료, 공공의대 신설, 의대정원 증원 등을 지칭한다.   

이번 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닥터서베이를 통해 진행된다. 설문 문항은 총 12개다. 설문항목 중에는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 방침, 국립공공의대 설립 법안 발의·지자체 의과대학 유치경쟁, 원격의료(비대면진료) 도입이 의료계에 미칠 영향을 묻는 문항이 포함돼 있다.

또 의료 4대악에 대한 의료계의 정책 중단 촉구에도 불구하고 태도 변화가 없다면 의협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 설정을 묻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설문조사는 구속력을 가지며, 설문 문항에는 대정부투쟁과 총파업이라는 단어가 구체적으로 명시돼있다”며 “조사에서 총파업 의견이 과반수를 넘기면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에 의결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의협이 이같은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2가지 측면에서 분석된다. 우선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정책방향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사실상 폭발 직전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첩약 급여화와 관련,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일단 시작한 후 진행 과정에서 문제점을 체크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범사업을 강행하면 본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복지부는 오는 21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고안건으로 처리한 후 오는 10월 시범사업 강행을 예고하고 있다. 의료계로서는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 

의료계가 규정한 4대 악 중 첩약 급여화를 제외한 나머지 3건은 모두 법안으로 공식 추진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3건이 포함된 법안을 상정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를 점령한 상황에서 여당이 결심하면 언제든지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다. 최대집 회장은 “현재 코로나19 대응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할 정부가 왜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해 평지풍파를 일으키는지 저의를 알 수 없다”고 분개했다.  

이에 의협은 지난달 28일 서울 청계천한빛광장에서 첩약 건강보험 적용 결사반대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등 의료계의 정책 반대를 이슈화하며 효율적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의료 4대악 대응을 위한 회원 설문조사도 이같은 과정에서 도출됐다.

의협의 설문조사는 향후 총파업 등 투쟁방향을 결정하는 도구의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계가 총파업을 추진할 때 명분과 당위성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정부 정책방향으로는 약하다”며 “설문조사는 투쟁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총파업을 하는 동력이자 객관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향후 설문조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오는 21일 조사가 종료되면 다음 주 내로 조사 결과 분석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현재로선 전망이 쉽지 않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총파업에 찬성하는 여론이 반대보다 다소 많을 것이라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체 회원 여론을 알 수 없지만 지역의사회 이야기를 들어보면 찬성과 반대가 반반 정도는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의협 설문조사에서 총파업으로 결과가 도출되면 현 의협 집행부는 파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과거 일부 의협 집행부는 총파업이라는 수단을 대정부 협상의 한 수단으로 활용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일단 총파업 시작은 가능하다는 예측이다.

반면 설문조사에서 총파업으로 결론이 도출되더라도 의협이 실제 파업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평상시에도 힘든 사안인데, 코로나19로 의료진과 환자들, 국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총파업이 강행되면 그 화살은 의료계에 돌아올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의료계 총파업의 최대 장애물은 국민 여론이라는 지적이다. 조만간 시작되는 본격 휴가철도 시점상으로 국민들 관심을 모으기에 적절치 않다는 판단도 있다. 

결국 설문조사에서 총파업으로 결론이 나온 상황을 전제조건으로 할 경우 실제 파업 돌입이나 진행 과정에서는 의사들 참여 여부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의협 집행부가 주도하는 총파업에서 의사들 참여도가 낮다면 파업 성패는 물론 현 집행부의 레임덕을 가속화하는 상황으로 연결될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시점에서 향후 상황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정부는 무조건 정책을 추진하는 것보다는 왜 의료계가 총파업까지 거론하며 반발하는 지 원인을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