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月 중 판매한 신용대출 평균 금리 2.9%···5년 새 최저 수준
1~2등급 고객만 취급한 영향
은행권, 하반기에 가계대출 더 까다롭게 심사할 듯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 /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인근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한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 .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금융권을 강타한 가운데 은행들이 신용대출부터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경기 악화와 부동산 규제로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고 대신 신용대출 수요가 커지자 연체율을 우려한 은행들이 선제적 리스크 관리에 나선 모습이다. 은행들은 하반기에 가계대출만 아니라 기업대출까지 대출 문턱을 높여 돈줄 조이기에 나설 전망이다.  

◇5월 이후 1~2등급 고신용자에만 신용대출 집중 판매 

17일 은행연합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가계신용대출 금리현황을 보면 지난 5월에 취급된 신용대출의 평균금리는 2.91%를 기록했다. 최근 5년 중 처음으로 2%대를 기록했다.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전년 말(3.41%)과 비교해 0.5%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2%포인트나 낮아졌다.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은행이 지난 5월 판매한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2.78%로 가장 낮았고 이어 신한은행 2.79%, 우리은행 2.84%, 국민은행 2.96%, 하나은행 3.23% 순이다. 농협은행은 전년 말 대비 0.47%포인트, 신한은행은 0.59%포인트, 우리은행은 0.48%포인트, 국민은행은 0.54%포인트, 하나은행은 0.4%포인트 떨어졌다.

5대 은행에서 판매된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2%대로 떨어진 것은 이들 은행이 1~2신용등급을 가진 고객에 한정해 대출을 내줬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고객 신용등급별 신용대출 평균금리를 보면 1~2등급은 2.59%, 3~4등급은 3.10%, 5~6등급은 4.63%, 7~8등급은 6.51%, 9~10등급은 9.32%로 나타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중저 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을 줄이고 신용도가 높은 고객을 중심으로 신용대출이 판매했기 때문에 평균금리가 낮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5대 은행에서 중금리대출이 전체 신용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2%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11.52%)과 비교해 절반 넘게 줄었다. 

국내은행의 차주별 대출태도지수 추이. 3분기에는 대출태도가 일제히 떨어지면서 은행권이 대출 문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신용대출 잔액 사상 최고 수준···“선별적 대출 심사 필요해”

은행권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7월15일 기준으로 시중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총 119조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2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신용대출 증가 폭은 지난 2월 들어 전달 대비 1조1900억원, 3월엔 2조2400억원 증가했다. 이후 5월 1조원 증가, 6월 2조8000억원 증가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금융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유례없이 신용대출이 증가하고 있어 자칫 대출 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런 이유로 은행권은 하반기에 대출 공급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중 국내은행의 가계대출태도는 일제히 하락했다. 주택대출은 -7에서 -17로 대폭 하락했고, 신용대출을 포함한 일반대출도 3에서 0으로 떨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각각 -10에서 -13으로, 7에서 -10으로 떨어졌다. 대출태도가 마이너스면 대출 문턱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플러스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한은은 이런 현상에 대해 금융사의 신용위험지수가 최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권의 대출 부실 우려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 3·4분기 국내은행의 신용위험지수는 45로 전분기(42)보다 3포인트 높아지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앞서 최고치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4·4분기의 44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상환능력이 떨어진 취약차주들이 증가하고, 이로 인한 대출 연체율 상승이 우려된다”며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는 선별적인 대출 지원 분위기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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