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SPV에 대한 대출한도 및 조건 의결···내주 1.8조원 지원 예정
SPV, 24일부터 매입 시작···비우량채 발행여건 개선·신용스프레드 축소 등 기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사진=한국은행

저신용등급을 포함한 회사채와 CP(기업어음)를 매입하기 위한 특별목적회사(SPV)가 내주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산업은행의 출자와 한국은행의 대출로 재원을 조성한 SPV가 유동성 지원에 나서게 되면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위기 상황에 직면한 기업들도 자금난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시장여건이 더욱 악화될 경우 SPV가 자금시장의 안전판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7일 임시회의를 열고 회사채·CP 매입 SPV에 대한 대출한도와 조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SPV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기구다.

산업은행이 정부 출자를 토대로 SPV에 1조원 출자하고 산은 자체적으로도 후순위 대출 1조원을 지원한다. 여기에 한은의 선순위 대출 8조원이 더해져 총 10조원 규모로 운용될 예정이다. 사실상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첫 사례로 설립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한은의 대출은 캐피탈 콜(투자금액을 집행한 후 추가적인 수요가 있을 경우 투자금을 집행) 방식으로 4차례에 나눠 시행될 방침이다. 우선 한은은 내주 중으로 1조7800억원 규모의 첫 번째 대출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출금리는 한은 기준금리에 통화안정증권 1년물 금리(대출취급일 직전 5영업일간 평균) 스프레드를 더한 값으로 정한다. 만약 스프레드가 0보다 작을 경우에는 한은 기준금리를 대출금리로 한다. 대출 담보는 SPV전체 자산이며 대출 기간은 취급일로부터 1년 이내다.

한은은 특정기업 쏠림 현상이나 부실 기업 지원을 방지하기 위한 부대조건도 별도로 설정했다. 동일 기업과 기업군에 대한 매입 한도를 각각 전체 지원액의 2%, 3% 이내로 제한하며 코로나19 확산 이전을 기준으로 이자보상비율이 2년 연속 100% 이하인 기업은 매입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SPV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해진 신용등급별 비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포트폴리오를 운용해야 한다. 한은이 제시한 기준은 ▲AA 등급(A1 등급 포함) 30% 이상 ▲A 등급(A2 등급 포함) 55% 내외 ▲BBB 등급 이하(A3 등급 포함) 15% 이하다. 만약 운영 과정에서 손실이 예상되는 경우 SPV는 한은과 향후 운영방향을 협의해야 한다.

SPV는 오는 24일부터 산은이 시장안정 차원에서 선매입해 온 회사채와 CP를 매입할 계획이다. 매입가격은 SPV가 시장의 투자수요를 구축하지 않고 기업들의 시장조달 노력을 유도하도록 시장금리보다 낮지 않은 적정 금리수준으로 설정할 방침이다.

SPV가 본격 가동되면 비우량채 발행여건 개선과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차이) 축소 등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시적으로 투자적격 등급을 상실한 이른 바 폴른 엔젤(fallen angel) 기업들도 유동성을 지원받을 수 있게 돼 자금시장의 불안소지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최근 회사채시장 여건 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투자수요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저신용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원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적 관점에서도 SPV는 코로나19가 지속돼 시장여건이 더욱 악화될 경우 자금시장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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